스포츠조선

왜 LG의 반격은 심상치 않을까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10-29 09:55


서울SK와 창원LG의 2014-2015 프로농구 경기가 2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LG 김종규가 SK 최부경의 수비를 피해 덩크를 하고 있다.
잠실학생=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10.26/

심상치 않다. 프로농구 LG다.

LG는 좋지 않았다. 대표팀 차출의 여파가 컸다. 체력이 방전된 문태종은 1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휴식을 하고 있다. LG 김 진 감독은 "마치 뒤에서 누가 유니폼을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했다.

"발을 질질 끈다"는 표현도 있었다. 올해 한국나이로 41세. 그는 대표팀 진천선수촌에서도 "마치 4라운드를 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충분히 쉴 만하다.

김종규는 여전히 잘해준다. 지난 시즌보다 확실히 성장했다. 그러나 무릎이 좋지 않고, 체력적 부담도 안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만으로 LG의 부진을 설명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지난 시즌까지 LG는 최고의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과 문태종의 원-투 펀치가 강력한 팀이었다. 정규리그 1위와 챔프전 진출의 원동력이었다.

제퍼슨은 비시즌동안 전혀 몸을 만들지 않았다. 몸이 불지 않은 게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파워와 체력이 모두 사라졌다. 결국 시즌 초반 강력한 몸싸움에 번번이 밀렸다.

LG 김 진 감독은 문태종과 김종규의 대표팀 차출에 의한 체력부담을 대비, 기승호에게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기승호는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결국 이런 복합적 요소 때문에 LG는 급격히 떨어졌다. 당초 시즌 전 모비스, SK, LG, 오리온스를 강호로 예상했다. 그러나 LG는 부진했다. 오리온스의 독주에는 LG의 부진도 한 몫한다.


이제 8경기를 치렀다. LG는 3승5패를 기록하고 있다. 8위다.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

그런데 LG가 심상치 않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객관적인 전력을 살펴보자. 농구에서 전력을 살펴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핵심 선수들의 역량이다. 문태종과 데이본 제퍼슨, 그리고 김종규. 각 포지션별로 가장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선수들이다. 전력이 정상화된다는 가정 하에 객관적 전력만으로 우승권에 근접한 두 팀은 오리온스와 모비스다.

LG의 '빅3'는 모비스의 핵심(양동근 함지훈 문태영 라틀리프)과 비교해 볼 때 결코 나으면 나았지 떨어지지 않는다.

오리온스는 최근 같은 유형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스쿼드가 두텁다. 현 시점에서 두 팀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때문에 철저한 체력전이 모든 경기에서 바탕이 된다. 오리온스의 후반 뒷심이 강력한 이유이기도 하다. LG와 오리온스는 단순비교로 전력 우위를 평가할 수 없다. 주전들의 비교와 함께 벤치멤버들에 대한 복합적 비교가 필요하다.

일단 베스트 5만 놓고 본다면 LG는 뒤질 게 없다. 오리온스의 가장 강한 라인업은 이현민(한호빈) 김강선 이승현 장재석 길렌워터다. 상대에 따라 김강선을 허일영으로 교체, 빅 라인업을 형성하기도 한다. LG는 김시래 양우섭(최승욱) 문태종 김종규 제퍼슨이 가장 강한 라인업이다. 슈터를 제외하곤 떨어지는 포지션이 없다. 객관적인 전력만을 놓고 보면 그렇다.

오리온스는 임재현 김도수 김동욱(부상) 등 벤치멤버들도 풍부하다. 하지만 LG도 만만치 않다. 김영환 유병훈 기승호 등이 있다.

하지만 전력은 그것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테크닉이 떨어지는 국내 농구에서는 외국인 선수와 토종 선수의 유기적인 호흡, 수비 조직력, 섬세한 패턴 등이 결합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오리온스와 모비스, LG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그런데 단기전 플레이오프에 들어간다고 가정해 보자. 경험과 함께 승부를 가르는 핵심 선수들의 비중은 더욱 더 커진다. 그런 측면에서는 LG가 가장 유리한 게 사실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줬듯이 문태종은 정상적으로 막을 수 없는 슈터다. 경험과 기술의 클래스가 다르다. 중거리슛을 장착한 김종규는 외곽 수비의 섬세함을 더했다. 운동능력과 높이에서도 가장 뛰어나다. 제퍼슨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이미 보여줬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LG가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는 이유, 이들이 지금 안고 있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그런 의미에서 28일 전자랜드전은 의미가 있다. 제퍼슨이 살아나고 있다. 체력과 몸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는 의미. 김종규는 체력부담 속에서도 여전히 좋다. 특히 외곽 수비의 정교함을 더하면서 경기지배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LG 입장에서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문태종이 관건이다. 복귀한다고 해도 여전한 체력부담은 있을 것이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달라질 수 있지만, 철저한 체력부담에 대한 안배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김영환의 급상승세는 매우 고무적이다. 공격력이 뛰어난 베테랑 포워드. 하지만 지난 시즌 제대로 뛰지 못했다. 그는 "비시즌동안 생각을 많이 했다.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외곽으로 수비를 넓히기 위해 후배 가드들을 많이 따라다녔다"고 했다. 그가 가세한다면 문태종의 체력조절과 함께 팀의 경험이 더해지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전자랜드전 승리는 올 시즌 홈경기 첫 승이라는 의미만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LG가 가지고 있는 전력을 풀가동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는데 있다.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LG의 '반격모드'가 심상치 않은 이유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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