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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활력소가 되어야 했다."
가드 김선형(SK)과 센터 오세근(상무)이 아니었다면 한국 농구는 몽골에 경기 끝까지 끌려다녔을 것이다. 김선형의 속공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오세근이 골밑에서 몸싸움을 해주면서 팀내 최다인 22득점을 해준 덕분에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남자농구대표팀은 24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본선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몽골을 90대67로 제압했다.
한국은 한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된 몽골을 맞아 전반에 경기를 주도하지 못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제대로 되지 않았다. 초반부터 골밑을 지배하지 못했다. 공격의 물꼬를 외곽에서 열려고 했지만 정확도가 떨어졌다. 센터 김주성과 이종현이 상대 센터 보다 10㎝ 정도 컸지만 골밑을 지배하지 못했다. 가드 양동근은 몽골의 압박 수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상대 가드들은 양동근에게 공이 가면 무섭게 달라붙었다. 양동근은 공 줄 곳을 찾기 바빴다. 경기장을 찾은 몽골팬들의 야유와 함성에 경기장 분위기까지 묘하게 흘렀다. 태극전사를 응원하는 소리 보다 훨씬 컸다.
한국은 몽골의 기를 초반에 꺾지 못해 계속 끌려갔다. 몽골의 공격이 예상 이상으로 강했다. 쉽게 봤다가 큰코 다칠 뻔 했다. 유재학 감독이 강조했던 압박 수비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몽골에 1쿼터에만 3점슛을 4개나 맞았다. 몽골의 주득점원 퉁갈락 산치르는 전반전에 12득점을 올렸다. 그의 저돌적인 골밑 돌파에 키가 8㎝나 큰 문태종은 뒤로 밀렸다. 한국은 2쿼터에 김선형의 빠른 속공으로 역전에 성공, 리드를 잡았다. 압박 수비가 되기 시작하면서 몽골의 턴오버(실책)가 나왔고, 속공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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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12년 만에 우승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출발이 상쾌하지 못했다. 스페인 농구월드컵에 참가해 5전 전패를 하고 온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다. 유재학 감독은 "현재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이 떨어져 있는 건 사실이다. 5경기 정도 하고 4강전 할 때는 경기력이 올라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다행히 이변의 희생양이 되지는 않았다. 수모는 모면했다. 하지만 몽골전 같은 경기력으로 우승 후보 이란과 중국을 넘기 어렵다. 첫 경기라 경기 초반 몸이 덜 풀렸을 수도 있다. 또 약체라고 방심해 경기가 꼬였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화성=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