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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걸 배우고 있으니 새롭네요."
임 감독이 현재 연수를 받고 있는 곳은 WNBA 시애틀 스톰 팀이다. 시애틀에는 지난 시즌 신한은행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쉐키나 스트릭렌, 그리고 우리은행에서 뛰었던 노엘 퀸이 활약하고 있다. 시애틀은 서부 컨퍼런스에서 6개팀 가운데 5위에 처져 있지만 스트릭렌과 퀸은 베스트5가 아닌 식스맨이다. 그만큼 WNBA는 세계 여자농구 최고의 리그다. 지도자로서 안목을 높이고 선진 농구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선 최적의 장이다. 또 지난 시즌부터 한국 여자농구에서도 팀별로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게 되면서, 전력에서 절대적인 몫을 차지하는 이들의 기용법이 승리에 관건이 되고 있다. 한국 지도자 가운데 WNBA에서 연수를 받은 사람은 임 감독이 처음이다.
전화 너머로 들려온 임 감독의 목소리는 한결 같았다. 임 감독은 "지난 7년간 지금쯤이면 선수들을 데리고 여름 훈련을 하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한창 시즌을 진행하고 있으니 낯설긴 한다"면서도 "경기 중 코트가 아니라 좌석에 앉아 지켜보고 있으니 예전에 몰랐던 것도 잘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보니 확실히 수준이 높다. 경기뿐 아니라 훈련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그동안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많은 걸 쏟아냈는데, 지금은 다시 새롭게 채우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WNBA의 훈련 방식은 임 감독에게 또 다른 새로움을 주고 있다. 임 감독은 "주로 오후 훈련만 하는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집중력이 높다. 또 코칭스태프나 선수들끼리 많은 대화를 한다. 분명 배울만한 점이다"라며 "외국 선수들이 한국의 운동량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는데, 왜 그런지 이해가 됐다"고 웃었다. 이어 "WNBA 선수들이 기량이 좋아 주로 개인기에 의존하는 것 같지만, 패턴 연습도 꾸준히 한다. 어쨌든 세계 여자농구의 흐름을 현장에서 직접 배울 수 있어 보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 감독이 농구만큼 집중하는 것은 영어다. 초반에는 팀에서 통역을 붙여줬지만, 지금은 대부분을 혼자서 해결한다. 경기와 훈련이 끝난 후 영어 공부에 매진한 덕이다. 임 감독은 "이 나이에 배워서 뭐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부딪히며 하다보니 재밌고 자신감도 생긴다"며 "통역을 거치지 않고 외국인 선수에게 직접 작전을 지시할 수 있을만큼의 실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물론 임 감독이 당장 올 시즌 WNBA의 노하우를 국내농구에 접목시킬 기회는 없다. 그래도 언제든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한 팀에선 영입 영순위로 꼽힌다. 남자 프로농구에 진출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임 감독은 신한은행에서 7년간 199승을 거두며 여자농구 지도자 사상 최초의 200승 달성에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에 대해 임 감독은 "언제 코트로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200승에 도전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냐"며 웃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