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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험난한 존스컵에서 새 경쟁력 찾는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8-12 10:44


◇모비스 가드 김주성이 11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63회 윌리엄존스컵 국제농구대회 미국전에서 드리블을 하는 모습. 그런 김주성의 모습을 김재훈, 조동현 코치가 뒷쪽에서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대만농구협회

사자는 새끼를 벼랑에서 굴러떨어트린다. 강한 야성을 키워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스스로 깨닫도록 하려는 행동이다.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63회 윌리엄존스컵 국제농구대회에 출전한 남자 프로농구 모비스의 각오가 이와 비슷하다. 새끼를 벼랑에서 떨어트리는 사자의 모습같다. 감독도 없고, 주전선수들은 대부분 빠져 있다. 김재훈, 조동현 코치가 백업 선수와 신인 위주로 구성된 8명의 '미니선수단'을 이끌고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전지훈련을 이번 대회 참가로 대신한 것. 누가봐도 힘겨운 상황이다. 그러나 모비스는 그 속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찾아나가고 있다.

올해로 63번째 열리고 있는 윌리엄존스컵은 친선대회지만, 오랜 전통과 명성을 지닌 국제대회다. 올해에도 대만 A, B팀과 이집트, 이란, 일본, 요르단, 미국 그리고 한국대표로 모비스 등 총 7개 국가, 8개 팀이 참가했다. 지난 9일부터 풀리그를 펼쳐 예선 순위를 가린 뒤 16일과 17일에는 각각 5~8위 결정전, 1~4위 결정전이 열린다. 하루도 쉬지 않고, 9일 동안 매일 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일정.

이번 대회에서 모비스는 대만 현지 언론의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단일 프로팀이 국가대표 자격으로 출전한 것도 특이한데다 모비스 선수단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턱없이 작기 때문. 모비스의 대회 참가 선수 총원은 겨우 8명이다. 다른 나라 대표팀은 최소 12명 이상으로 구성돼 있다. 대만의 실질적인 국가대표팀인 A팀(B팀은 청소년대표팀)은 무려 17명의 대규모 선수단이다.

이에 반해 모비스 선수단은 총 8명 뿐. 대회 안내 책자에는 9명으로 표시돼 있지만, 천대현이 대회 시작 전에 부상을 당해 합류하지 못했다. 결국 모비스는 8명으로 9경기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대만 언론들은 모비스의 단촐한 선수단 구성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모비스 선수단이 이렇게 소규모가 된 데에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유재학 감독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끌어야 해서 올 수가 없다. 팀의 간판인 양동근도 대표팀에 가 있다. 또 함지훈과 이대성 천대형 박종천은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결국 김주성과 송창용, 전준범, 박구영, 김영현, 김종근, 문태영,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대만으로 왔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김종근이 최근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바람에 실질 가용인원은 7명 뿐이다.

너무나 열악한 팀 상황. 그러나 모비스는 좌절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런 상황을 오히려 팀 발전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유재학 감독은 "부상자들이 많고, 나도 합류하지 못하기 때문에 차라리 전지훈련 대신 경기수가 많은 존스컵 참가를 결정했다"면서 "그간 출전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아 시즌 중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선수들을 이끌고 있는 김재훈 코치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는 성적보다는 선수들이 더 많은 경기 경험을 쌓는게 중요하다. 끝까지 다치지 않는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유 감독을 대신해 선수단을 지휘하면서 김 코치와 조 코치도 덩달아 훌륭한 지도자 현장수업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험난한 존스컵의 경험을 통해 모비스는 점점 더 새로운 힘을 쌓아나가고 있었다.


타이페이(대만)=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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