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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호에 드리운 악재 두 가지, 부상과 난맥상 행정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5-25 11:41


진천에 입소한 유재학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 그들의 훈련 장면. 하지만 악재들이 많다. 그 중 하나는 농구계의 무능력한 행정력이다. 사진제공=KBL

올 시즌 플레이오프 4강 모비스와 SK의 경기. SK는 모비스의 강한 골밑을 견제하기 위해 강력한 풀코트 프레스를 붙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모비스는 이미 준비가 다 끝난 상태였다.

가드의 드리블이 아닌 유기적인 패스로 SK의 압박에서 쉽게 벗어났다. 경기가 끝난 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국내 상황에서 풀 코트 프레스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준비가 된 팀에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전술"이라고 했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빅맨'들의 수비 움직임 때문이었다. 아마 시절부터 기계적인 골밑 수비에만 익숙한 빅맨들이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의 긴밀하면서 유기적인 호흡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유 감독은 이 부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아이러니컬하다. 유 감독은 대표팀에 이같은 압박수비를 이식하려 하고 있다. 상대를 쉴새없는 압박은 빅맨들의 절대적인 조화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진천에서 담금질을 하고 있는 남자농구 대표팀. 현재 가장 많이 강조하는 부분은 빅맨들의 압박 수비 움직임이다.

이 부분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의 디펜스와 궤를 같이 한다. 당시 한국은 강력하면서도 조직적인 수비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당시 대표팀에서 준비했던 수비는 크게 세 가지였다. 일단 상대진영에서의 압박, 골밑 좌우 사이드에서 기습적인 트랩, 그리고 페이크 '3-2 지역방어'였다. 그러나 페이크 '3-2 지역방어'는 거의 쓰지 않았다. 압박과 트랩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빅맨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이었다. 필리핀과의 4강,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기술이 좋은 필리핀 가드들에게 2대2 공격이 무차별적으로 뚫렸다. 기본적으로 기술이 부족한 탓이지만, 효율적인 빅맨들의 견제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표팀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 23일 진천에서는 4대4 속공연습에 한창이었다. 김종규 장재석 김주성 등이 유 감독의 지휘 아래 가드들과 압박수비에 대한 팀워크를 가다듬고 있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의 약점을 보완하고, 대표팀의 조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려는 의도.

귀화선수 추진이 어이없이 좌절된 상황에서 한국이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현재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일단 부상이다. 김태술과 윤호영 이대성 등 3명의 선수는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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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의 부상이 언제 완전히 나을 지 모르는 고질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김태술은 왼쪽 새끼손가락이 다쳤다. 단순한 골절이 아니라 중심 인대가 완전히 파열, 붓기가 전혀 빠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태술은 "답답하다. 새끼손가락이어서 쉽게 봤는데, 그렇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윤호영은 발가락이 다쳤다. 지속적인 통증을 느끼고 있는데, 스텝을 옮길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밀려온다. 때문에 정상적인 연습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이대성은 시즌 중 다친 왼쪽 발목이 문제다. 발목의 중심인대가 다쳤기 때문에 역시 쉽게 낫지 않고 있다. 세 선수는 정상적인 컨디션일 경우 유재학 호 전술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셋 모두 준수한 수비력과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 이대성의 경우 논란이 있다. 하지만 그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하드웨어와 기술을 가지고 있다. 특히 외곽 2대2 수비에서 스위치 디펜스를 할 경우 가장 부작용이 없는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대표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이미 한국남자농구계는 귀화선수 추진 과정에서 어처구니없는 행정의 난맥상을 보인 바 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3년 이상 거주한 선수'여야 한다는 규정 자체를 몰랐다가 낭패를 당했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선수가 없다.

더욱 큰 문제는 대표팀에 대한 집중도다. 유재학 호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강한 조직력이 필수적이다. 수비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전히 부상과 함께 대학 선수들은 소속대학 경기에 출전하느라 진천과 서울을 오가고 있다. 물론 대표팀 연습에서도 빠진다. 대학경기 때문에 대표팀에 빠진다는 발상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대한농구협회와 KBL이 공동으로 구성한 국가대표 운영협의회(이하 국대협)가 문제다. 4명의 인사로 구성돼 있다. 그 중 최부영 전 경희대 감독과 최명룡 한국대학농구연맹 회장이 속해있다. 문제는 대학선수 대표팀 차출의 부드러운 연결고리로 그들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대협에서 대학팀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한다는 것이 문제다. 때문에 대표팀 훈련에 빠진 채 소속팀 경기에 나서는 해프닝이 발생한다.

대한농구협회와 KBL은 여전히 자신들의 이익으로 반목이 심한 상태. 당연히 국대협은 대한농구협회와 KBL을 대표하지 않는 인사로 구성해야 하는 게 현 시점에서는 가장 이성적인 결론이다. 게다가 귀화선수 추진 과정에서 이들의 무능력은 만천하에 드러난 상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대표팀이다. 국가경쟁력이 국내리그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결국은 제 살 깎아 먹기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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