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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감독의 1쿼터 퇴장. 22일 열린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의 가장 큰 변수였다.
전 감독은 역대 플레이오프 감독 통산 최다승(41승)을 갖고 있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1차전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초반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과격한 어필, 퇴장을 당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과연 우발적이었을까. 몇 가지 이유가 보이는 단서가 있다.
파울일까 아닐까
상황 자체가 애매했다. 파울성 플레이에 가깝다. 조성민은 공격리바운드를 잡기 위해 수직 점프를 하고 있었고, 제퍼슨은 조성민에게 달려들면서 공격리바운드를 따내려고 했다. 그리고 불가피한 충돌을 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파울에 가까운 플레이다. 그런데 이번 플레이오프의 파울 기준을 보자. 웬만한 몸싸움은 그냥 허용한다. 몸싸움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뚜렷한 기준은 있다. 예를 들어 블락슛 과정에서 블락을 한 뒤 충돌하는 과정은 불지 않는 국제적으로 불지 않는 추세.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휘슬이 울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데 플레이오프에서 그런 기준이 바뀌었다. 그리고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판정을 했다. 즉, 슛 이외의 상황에서는 몸싸움이 관대하다. 그 연장선상을 감안하고 봤을 때 이 장면은 파울성 플레이였지만, 애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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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 숨어있는 배경이 있다.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경기를 유심히 보면, 전 감독은 특정심판에 대해 계속 항의를 했다. 경기 후반에는 판정에 대해 트레이드 마크같은 '야유'가 섞인 박수를 치기도 했다. 김도명 심판이었다.
그리고 4강 플레이오프에서 퇴장 전, 파틸로가 공격을 시도하던 도중 휘슬이 불리지 않은 것에 대해 김 심판에게 항의를 했다. 그리고 퇴장 사건이 벌어졌다.
전 감독은 단기전에 그 누구보다도 판정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령탑이다. 그리고 예전 오심과 보상판정이 많았던 과거에도 그런 분위기에 기민하면서도 영리하게 대처했다.
그리고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김도명 심판과 계속적인 심리적 충돌이 생겼다. 결국 4강 1차전에 김 심판에게 과격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퇴장의 복합적 의미
KT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혈투 끝에 전자랜드를 물리쳤다. 혈투에 혈투를 벌였다. 확실히 외부 상황은 KT가 불리하다.
객관적인 전력 뿐만 아니라 단기전의 경기력의 기본인 체력에서 턱없이 밀린다. 때문에 전 감독은 LG와의 4강 1차전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LG는 플레이오프 경험이 없다. 그러나 KT 입장에서는 1차전에서 주전들의 체력조절 후 2차전부터 승부를 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전 감독은 경기 전 "일단 LG와 정면대결을 한 뒤 여차하면 2차전을 대비하겠다"고 했다. 1차전 끝까지 버티면서 주전들의 체력을 더욱 고갈시키기 보다 일찍 승부수를 가져가 안될 경우 빠르게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미.
KT 입장에서는 단기전의 특수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중요했다. 몸싸움을 최대한 허용하는 판정의 기준도 KT에게 유리한 부분이었다. KT보다 높이에서 두 단계 앞선 LG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끈끈한 조직력과 강한 수비력으로 승부하는 수 밖에 없었기 때문. 게다가 혼란스러운 외부 변수가 생기면 생길 수록 KT에게는 유리했다.
플레이오프 경험이 별로 없는 LG 입장에서는 순간순간 변화하는 민감한 심리전에 대해 KT에 뒤질 수밖에 없기 때문. 실제 전 감독의 퇴장 이후 LG 선수들은 느슨한 플레이를 하다 3쿼터 KT에 역전까지 당했다.
때문에 전 감독의 강력한 어필은 김 심판과의 악연에서 비롯된 판정의 불리함을 상징적으로 어필함과 동시에, 분위기를 바꿈으로서 4강 플레이오프를 더욱 유리하게 가져가겠다는 포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단지 전 감독이 순간적인 흥분으로 인해 퇴장을 당했다고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 이런 배경을 보지 않으면 전 감독의 돌발적인 퇴장은 해석이 되지 않는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