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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의 진' 오리온스, 정신력-집중력의 승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3-17 20:53


서울 SK와 고양 오리온스의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이 고양체육관에서 열렸다. SK가 2연승을 달리며 4강 진출에 1승만 남겨놓았다. 오리온스 최진수가 SK 박승리, 심스 수비를 앞에 두고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고양=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3.17

벼랑 끝에 몰린 약자들의 심리는 두 가지로 나뉘지 않을까. 하나는 '이미 끝났어'라는 생각으로 일찌감치 포기를 해버리거나, 다른 하나는 '어차피 이판사판이다. 죽도록 한 번 해보자'일 것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서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나올 수 있다. 모두들 SK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죽도록 뛰었다. 그렇게 기사회생했다.

오리온스가 SK를 꺾고 6강 플레이오프 전적을 1승2패로 바꿔놓았다. 오리온스는 17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코트에 들어선 전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81대64로 승리했다. 2연패로 몰리며 탈락 위기를 맞았던 오리온스는 이날 승리로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다른 설명은 필요없는 경기였다. 오리온스 선수들이 정신력과 투지에서 앞섰다. 배수의 진을 친 오리온스 선수들은 1쿼터 경기 시작하자마자 SK 선수들에게 달려들었다. 전술 같은 건 특별히 필요 없었다. 한발 더 뛰어 악착같이 수비에서 물고늘어지며 상대를 괴롭혔다. 리바운드 상황이 발생하면 5명의 선수들이 전부 골밑으로 돌진했다. 윌리엄스-리처드슨 외국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리온스 선수들의 적극적인 수비에 당황한 SK는 1쿼터 2-15까지 끌려가고 말았다. 주도권을 오리온스가 확실히 잡았다.

공격에서도 예상 밖의 플레이가 이어졌다. 보통, 한 번 더 패배하면 시리즈가 종료 될 경우 지고 있는 팀 선수들의 심리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내가 슛을 쏴서 안들어가면 어떻게 하지. 그렇게 해서 경기에 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지배하게 되면 서로 공격을 미루게 되고, 팀 플레이는 실종되고 만다. 패배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오리온스 선수들은 이 압박감을 이겨냈다.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경기 초반부터 자신있게 슛을 올라갔다. 41-28로 앞선 전반까지의 득점분포를 보면 리처드슨 10점, 윌리엄스 8점, 김강선 6점, 최진수 허일영 각 5점, 이현민 장재석 각 2점 등 매우 이상적으로 공격이 진행됐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어느 한 선수가 공을 갖고 나머지 선수들은 서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날은 5명의 선수들이 모두 공간을 찾아 뛰고 서로를 위해 패스를 해주니 여러 곳에서 찬스가 났다. 어시스트 개수 21-8 오리온스의 압승. 이 기록이 이날 경기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집중력이었다. 오리온스가 이번 시즌 SK에 8연패를 당한 과정을 보면, 10점 이상을 이기더라도 한순간에 상대 흐름에 무너지며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는 장면이 많았다. 이날도 여러차례 위기가 있었다. SK가 계속해서 9~10점차로 추격을 하며 분위기를 바꾸려 애썼다. 이 때 오리온스 선수들의 공격 집중력이 빛났다. 상대의 흐름을 무참히 깨버리는 슛이 연속으로 성공되며 10점 내외의 점수차를 계속해서 유지해나갔다. 경기 후반에는 상대가 경기를 완전히 포기하게끔 만드는 쇼타팀을 보여줬다.

이렇게 오리온스는 SK에 9경기 만에 첫 승을 거두게 됐다. 단순히 플레이오프에서 1승을 거뒀다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SK 트라우마를 깼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어지는 4차전에서도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뛸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홈에서 열리는 4차전을 잡아낸다면 최종 5차전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고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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