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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린 약자들의 심리는 두 가지로 나뉘지 않을까. 하나는 '이미 끝났어'라는 생각으로 일찌감치 포기를 해버리거나, 다른 하나는 '어차피 이판사판이다. 죽도록 한 번 해보자'일 것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서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나올 수 있다. 모두들 SK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죽도록 뛰었다. 그렇게 기사회생했다.
공격에서도 예상 밖의 플레이가 이어졌다. 보통, 한 번 더 패배하면 시리즈가 종료 될 경우 지고 있는 팀 선수들의 심리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내가 슛을 쏴서 안들어가면 어떻게 하지. 그렇게 해서 경기에 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지배하게 되면 서로 공격을 미루게 되고, 팀 플레이는 실종되고 만다. 패배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오리온스 선수들은 이 압박감을 이겨냈다.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경기 초반부터 자신있게 슛을 올라갔다. 41-28로 앞선 전반까지의 득점분포를 보면 리처드슨 10점, 윌리엄스 8점, 김강선 6점, 최진수 허일영 각 5점, 이현민 장재석 각 2점 등 매우 이상적으로 공격이 진행됐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어느 한 선수가 공을 갖고 나머지 선수들은 서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날은 5명의 선수들이 모두 공간을 찾아 뛰고 서로를 위해 패스를 해주니 여러 곳에서 찬스가 났다. 어시스트 개수 21-8 오리온스의 압승. 이 기록이 이날 경기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집중력이었다. 오리온스가 이번 시즌 SK에 8연패를 당한 과정을 보면, 10점 이상을 이기더라도 한순간에 상대 흐름에 무너지며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는 장면이 많았다. 이날도 여러차례 위기가 있었다. SK가 계속해서 9~10점차로 추격을 하며 분위기를 바꾸려 애썼다. 이 때 오리온스 선수들의 공격 집중력이 빛났다. 상대의 흐름을 무참히 깨버리는 슛이 연속으로 성공되며 10점 내외의 점수차를 계속해서 유지해나갔다. 경기 후반에는 상대가 경기를 완전히 포기하게끔 만드는 쇼타팀을 보여줬다.
고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