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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의 시선이 엄청났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다. 서동철 감독이 이끄는 KB국민은행의 다이내믹 농구, 흥행 대박 조짐이다.
첫 관문부터 난관이었다. 삼성생명은 애슐리 로빈슨, 쉐니쿠아 니키 그린 모두 센터 요원이었다. 여기에 김계령 배혜윤 등 키가 큰 자원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서 감독은 경기 전 "오늘 경기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역시 관건은 상대 높이를 어떻게 막느냐인데, 이에 대한 수비를 확실히 준비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서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1m65의 땅콩가드 심성영을 필두로 딱 봐도 주전 5명 선수들 모두 상대 선수들에 비해 키가 작았다. 하지만 5명의 선수 모두가 쉴 새 없이 코트를 누볐다. 수비의 핵심은 미스 매치를 유도한 트랩 디펜스(상대를 한 곳에 몰아 실책을 유발하는 수비)였다. 외국인 선수 모니크 커리가 앞선에서 토종 선수를 막는 대신 정미란, 김수연 등이 상대 센터 로빈슨을 막았다. 대신, 상대 센터들이 공을 잡으면 커리가 어느새 나타나 도움수비에 가담했다. 이 때 외곽 선수들도 재빨리 자신 근처에 있는 빈 선수를 찾아 대인방어에 나섰다. 또, 상대가 슛을 쏘면 5명 모두 박스아웃을 하고 리바운드에 가담했다. KB국민은행의 강력한, 그리고 잘 정돈된 수비에 삼성생명 선수들이 당황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국가대표 가드 이미선 조차도 경기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했다. 1쿼터 종료 후 스코어 28-8. 처음부터 승기를 잡은 KB국민은행이었다. 체력적인 부분이 약점이 될 수 있는 수비 전술이었지만 서 감독은 10명의 선수를 골고루 돌려가며 체력 안배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공격도 신났다. 키는 작지만 코트에 들어선 5명의 선수 모두가 돌파능력과 외곽슛 능력을 갖추니 거침이 없었다. 돌파 후 패스, 그리고 돌파 후 패스. 볼이 정체되지 않으니 상대 수비는 정신없이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오픈 찬스에서의 3점슛. 9개의 3점슛이 억지가 아닌, 모두가 완벽하게 만들어진 슛이라는게 고무적이었다. 변연하, 강아정은 한국을 대표하는 슈터들이다. 웬만한 오픈찬스에서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 뿐 아니다. 두 사람 외에도 커리 홍아란 정미란도 3점포를 터뜨렸다. 방심하다가는 어디서든 3점을 얻어맞을 수 있다.
키는 작지만 스피드에서 앞서다보니 자연스럽게 속공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은 작은 상대를 맞아 김계령 김한별 등을 투입하며 높이의 우위를 점하려 했으나 결국 2쿼터 이미선 박태은 등 작은 선수들을 한꺼번에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미처 KB국민은행의 공격과 수비에 대해 준비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물론, 아직 1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이 공-수 패턴이 상대팀들에 의해 분석이 될 수도 있고 외곽슛이 들어가지 않으면 경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승패를 떠나 경기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속이 뻥 뚤리는 재미있는 농구를 서 감독이 준비했다는 점이다. 첫 경기부터 86점을 집어넣었다. 올시즌 흥행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는 여자프로농구에 KB국민은행의 새로운 다이내믹 농구는 좋은 영향을 미칠게 분명하다.
용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