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예상넘은 파괴력 김종규, 그래도 보강은 필요하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3-11-03 19:56 | 최종수정 2013-11-04 07:49


LG 김종규가 SK전 승리를 이끈 뒤 팀동료들과 환호하는 장면. 사진=KBL 제공

예상 이상의 파괴력이었다. LG 전력에 본격적으로 가세한 김종규다.

2m7의 큰 키와 빠른 스피드를 지닌 한국농구의 차세대 간판센터. 운동능력만큼은 리그 최고다. 하지만 테크닉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때문에 김종규의 프로데뷔에 대해 여러가지 논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높이가 뛰어나다. 때문에 LG에게 많은 전력의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공격루트가 단순하고 파워가 약해 힘이 좋은 센터를 만날 때는 고전이 예상된다"고 했다. 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김종규에 대해 복합적인 평가를 내놨다. "당장 프로판을 뒤흔들 임팩트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좋은 자질과 함께 인성, 농구 아이큐를 갖춘 선수"라고 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성장여부에 따라 최고의 빅맨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수비력이다. 유 감독은 "아직 기본적인 수비요령과 방법은 모르지만, 잘 따라할 수 있는 자질과 의지를 갖췄다"고 했다.

김종규는 5일 SK전에서 20득점, 9리바운드, 2블록슛을 기록했다. '김종규 효과'가 확연히 보이는 경기내용이었다. 결국 LG는 맞대결 전적 7연패를 기록하고 있었던 SK를 81대77로 눌렀다.

이제부터 궁금해진다. LG는 김종규의 영입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고 했다. 염원하던 토종센터를 보강, 단숨에 전력 상승을 이뤄냈다. 하지만 여전히 복잡한 문제다. 팀 조직력과 함께 동료들의 호흡도 중요하다. '김종규 효과'에는 아직까지 빛과 그림자가 섞여있다. 장, 단점이 혼재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LG가 어떻게 컨트롤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김종규의 시너지 효과

단 2경기만을 치렀다. 3일 KGC전에서 9득점, 6리바운드, 2블록슛. 20분25초를 소화했다. 하지만 팀은 패했다.

그리고 이틀 뒤 선두 SK를 격침시켰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김종규의 시너지 효과다. SK 문경은 감독은 "김종규가 등장하면서 LG 팀 전체가 안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김시래 문태종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 역시 플레이하기가 편해졌다"고 했다.

'빅맨'이 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시너지 효과다. 그런 의미에서 '김종규의 레벨'은 특별하다. 예전 김주성과 오세근, 그리고 하승진이 팀에 줬던 임팩트와 비슷하다. 이런 임팩트는 강팀을 넘어서 우승팀으로 갈 수 있는 최선의 지름길이다.


경기내용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김종규는 SK 외국인 센터 심스의 공격을 두 차례나 블록슛했다. 4쿼터 7분42초를 남기고 SK 헤인즈는 골밑 돌파 후 더블 클러치를 실패했다. 김종규가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블록슛은 실패했지만, 그와 비슷한 효과였다. 고비마다 리바운드도 잡아냈다. 경기종료 4분45초를 남기고 결정적인 공격리바운드 후 바스켓카운트를 얻어냈고, 마지막 심스의 3점슛을 걷어낸 수비리바운드도 김종규가 했다.

기본적으로 김종규가 SK에게 준 골밑의 위압감은 경기내내 영향을 미쳤다.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 SK는 리바운드 숫자(52대43)에서 압도하며 승리했다. LG는 좋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패했다. 김종규가 가세하면서 경기흐름이 거꾸로 됐다. 골밑을 장악하면서, LG가 경기내내 경기 주도권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승리할 확률이 많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LG 슈터 박래훈은 "확실히 슛을 쏠 때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LG의 3점슛 성공률은 47%. 평균보다 5%를 상회하는 수치. 게다가 LG가 주전 5명이 두자릿수 득점을 했다. 경기 전반에 걸쳐 '김종규 효과'가 뻗쳐있다는 의미다.

●여전히 빛과 그림자가 혼재한다

김종규가 LG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김종규가 가세하면서 LG는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 자체가 성적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농구는 팀 스포츠다. 당연히 김종규 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하고, 팀동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팀 성적은 달라진다. 게다가 올 시즌은 LG와 비슷한 객관적인 전력을 갖춘 팀들이 많다. 여전히 강한 SK와 모비스를 비롯, 경기를 치를수록 전력이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 KGC, 동부 등의 시즌 막판 전력도 LG보다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김종규는 프로적응이 아직 되지 않았다. SK가 3-2 지역방어를 선 3쿼터 김종규의 활약도 자체가 많이 떨어졌다. 공격에서 제대로 된 포지션을 차지하지 못했다. LG가 2-3 지역방어를 섰을 때도 SK에 여러차례 외곽찬스를 허용했다. 이날 SK 변기훈은 9개의 3점포를 터뜨렸는데, 김종규가 가세하면서 생긴 LG의 수비력이 미새하게 균열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의 블록슛은 위력적이지만,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자세가 너무 높았다. LG 김 진 감독은 "자세가 높기 때문에 상대의 페이크에 속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앞으로 고칠 수 있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김종규가 페이크에 속는다는 것은 1골을 상대에게 헌납한다는 의미. 실제 3쿼터 최부경의 골밑돌파에 김종규는 바스켓카운트를 허용했고, 최부경의 페이크에 속아 헤인즈에게 완벽한 골밑 찬스를 주기도 했다. 즉 지금의 김종규 상태와 LG의 전력으로는 중요한 플레이오프에서 약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진화에 LG 전력의 요동친다

김종규 역시 자신의 약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그의 세부적인 약점이 충분히 수정될 수 있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의 페이크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자세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그 수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 경기를 치르면서 수정, 보완이 가능하다.

김종규는 LG에 가세한 지 얼마되지 않았다. 당연히 팀 전술에 대해서는 낯설다. 팀동료들과의 손발을 맞춰본 시간도 매우 짧다. 따라서 복잡한 지역방어에 대해서는 적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중요한 것은 김종규가 어떻게 팀에 녹아드느냐다. 그의 단점은 명확하다. 단순한 공격루트와 파워다. 하지만 단숨에 메울 수 없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김종규가 당장 파워를 올릴 수 없는 일. 게다가 공격루트를 다양하기 위한 기술습득도 1~2년이 걸리는 문제다.

다행인 것은 경기의 흐름을 풀어줄 팀동료가 있다는 점이다. 슈터 문태종이 그렇고, 포인트가드 김시래가 그렇다. 3쿼터 SK는 3-2 지역방어를 구사했다. 김종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다행히 문태종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4쿼터에서는 김시래까지 적응하면서 SK의 지역방어에 어느 정도 대응했다.

또 하나, 그는 매우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 LG 김 진 감독은 "기대하지 않았던 김종규의 움직임이 나왔다"고 했다. 그만큼 팀훈련과 경기를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경기를 직접 뛰지 않아도 자신이 해야 할 플레이와 위치를 체크, 실전에 적용했다는 것은 수준급의 농구 아이큐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LG는 오프시즌 김시래 문태종 등 전력을 보강했다. 그리고 김종규를 데려오며 우승이 가능한 전력을 완성했다. 이제 세부적인 조정만이 남았다. 김종규의 활약에 따라 LG뿐만 아니라 올 시즌 프로농구 전체판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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