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부영 감독 폭탄선언, 타당한가 vs 변명인가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3-08-21 02:38 | 최종수정 2013-08-21 06:43


2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프로-아마 최강전 모비스와 경희대의 8강전 경기가 열렸다. 경희대 최부영 감독이 선수를 교체하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경희대 최부영 감독은 20일 프로-아마 최강전 8강전에서 모비스에게 73대76으로 패한 뒤 "이렇게 하면 프로-아마 최강전을 할 필요가 없다"고 폭탄발언을 했다.

그의 인터뷰 중간에는 "정상적으로 가자는 것이다. 굳이 대학이 지고 프로팀이 올라가는 거라면 이 대회를 왜 하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핵심은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다. 대학팀을 떨어뜨리기 위한 비정상적인 판정이었다는 의미다.

당연히 민감한 문제다. 정말로 경희대는 8강에서 심판들의 오심때문에 모비스에게 패했을까. 최부영 감독의 폭탄발언이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걸까.

5차례의 불편한 판정

모비스-경희대의 판정을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세 사람의 자문을 구했다. 민감한 문제인 만큼 허심탄회한 얘기를 듣기 위해 A, B, C 등 익명으로 처리했다. A와 C는 해설위원, B는 대학과 프로무대를 거친 지도자다. 그들의 평가와 함께 다시 한번 경기를 관찰했다. 그들은 최부영 감독이나 유재학 감독과 별다른 친분이 없다.

일단 A와 B는 "중요한 순간 오심이 나온 건 맞지만, 의도적인 모비스를 향한 편파판정은 없었다"고 했다. A는 "오히려 모비스가 조금 더 불리한 면이 있었다"고 했고, C는 "2쿼터 막판 속공파울은 경희대에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5대5"라고 했다. B는 "확실히 경희대가 불리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경희대에 불리하게 부는 측면이 있었다. 1회대회도 그렇고, 이번 대회 역시 대학팀에게 판정콜이 불리하게 나온다"고 지적했다.

4차례의 논란이 되는 장면이 있었다. 일단 2쿼터 1.1초 남은 상황에서 경희대의 속공파울이 불렸다. 모비스는 자유투 2개와 공격권을 받았다. 문태영이 드리블하는 과정에서 두경민이 의도적으로 끊었다. 그런데 앞에 모비스가 2명의 선수, 경희대가 1명의 선수가 있었다. KBL 룰에 따르면 속공파울 상황이 성립된다. 하지만 애매했다. 결국 모비스는 자유투로 2득점.


경희대가 37-28로 9점 앞선 상황에서 나왔다. 경희대의 상승세가 끊어지면서 모비스의 추격 빌미를 줄 수 있는 파울이었다. C가 "경희대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한 의미다.

');}
나머지 세 차례의 장면은 4쿼터 막판 나왔다. 4쿼터 5분11초를 남기고 문태영은 베이스라인을 타고 공격했다. 경희대 수비의 파울이 있었다. 하지만 레이업 슛은 실패했고, 그대로 공격권은 경희대로 넘어갔다. 경희대는 공격 도중 더블 드리블을 범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넘어갔다. 때문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두 차례나 판정에 미스가 있다"는 항의를 했다.

그리고 4분25초를 남기고 문태영은 돌파 후 레이업 슛을 시도했다. 마크맨이 손을 쳤지만 또 다시 파울을 불지 않았다. 스코어는 68-69로 모비스가 1점 뒤져있는 상황. 결국 공격권을 넘겨받은 경희대는 성공, 3점차로 벌어졌다. 팽팽한 힘대결을 펼치고 있는 미묘하지만 매우 중요한 승부처였다. 이 두 장면때문에 A는 "오히려 모비스가 불리했다"고 말했다.

직후 문태영은 그대로 미드레인지 슛을 성공시켰다. 경희대 수비수는 그냥 손을 가볍게 쳤다. 바스켓 카운트. 문태영의 노련함도 있었지만, C는 "보상성 판정이 섞여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73-71로 모비스가 앞선 상황에서 김민구는 골밑돌파를 했다. 옆에 도움수비를 주던 문태영이 확실히 김민구의 손을 쳤다. 파울이었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보지 못한 심판진은 터치아웃을 선언했다. B가 "경희대가 전반적으로 불리했다"고 말한 강력한 근거다.

판정 때문에 경희대가 졌을까

확실히 승부처에서 나온 오심들 때문에 아쉽다. 이 때문에 경기의 흐름이 확연히 변할 가능성이 있었다. 여전히 판정 문제는 농구계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하지만 다시 한번 경기를 봤을 때 결과적으로 판정이 양팀의 경기력을 좌지우지한 것은 아니었다.

세밀한 부분에서 경희대의 공수 전술이 너무 아쉬운 점이 많았다. 세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왜 문태영을 경기 내내 1대1로 마크했는 지 이해할 수 없다. 경희대 벤치의 미스"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지적한 이유가 있다. 문태영은 주로 경희대 배수용이 맡았다. 하지만 한마디로 역부족이었다. 특히 후반 집중적으로 뚫렸다. 떨어지면 미드 레인지 슛을 쐈고, 붙으면 골밑을 돌파했다. 그런데 경희대가 1대1을 고집한 이유도 이해할 만했다.

문제는 경희대 수비에 다른 대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전반전 함지훈이 하이 포스트 부근에서 볼을 잡을 때 경희대 수비의 가장 큰 문제점이 드러났다. 경기를 면밀히 살펴보면 트랩을 들어갔는데, 규칙이 없었다.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방향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너무 어설펐다. 때로는 수비수가 겹치기도 하고, 3명이 우르르 몰려 패스 한 번에 외곽 찬스가 그대로 났다. 나머지 선수들 역시 패싱 레인에 대기하고 있는 게 아니라 우왕좌왕했다. 한마디로 트랩 디펜스에 대한 숙련도가 매우 낮았다. 따라서 중요한 순간 문태영에 대한 트랩 디펜스를 들어가는 것은 경희대 입장에서 도박과도 같았다.

공격에서는 기본적으로 스크린을 이용한 플레이가 거의 되지 않았다. 경기내내 4~5차례 정도만 스크린을 이용한 공격이 이뤄졌다. 3쿼터 중반 김민구가 스크린 뒤로 돌아간 뒤 패스를 받아 그대로 3점포를 넣는 아름다운 장면이 있었다. 하지만 경희대 선수들은 효율적으로 스크린을 이용하지 못했다. 경기 막판 경희대의 마지막 공격이 있었는데, 김종규가 스크린을 서고 두경민이 돌아나와, 김민구의 패스를 받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어설프게 선 스크린 때문에 모비스 수비는 떨어지지 않았고, 김민구가 양동근과 1대1을 통해 3점슛을 쏴야했다. 당연히 실패였다.

가장 큰 부작용은 공격이 너무나 단편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스크린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선수 개개인이 고립된 채로 좋지 않은 슛 셀렉션으로 공격을 했다. 결국 성공률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희대 베스트 5는 경기내내 저돌적으로 업 템포 농구를 했다. '빅3'뿐만 아니라 한희원 배수용도 좋은 슈팅감각을 선보였다.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면서 자그마한 틈새를 노렸다. 하지만 끈질긴 모비스의 수비를 효율적으로 떨칠 수 없었다. 결국 뛰어난 공격센스를 가진 김민구는 양동근의 수비를 제쳐야만 슛 찬스가 났고, 결국 무리한 돌파가 나왔다. 득점력이 뛰어난 두경민 역시 오픈 3점슛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14개의 3점슛 중 3개만 성공했다. 파괴적이지만, 효율성이 떨어진 아이러니컬한 경희대의 공격은 스크린을 능수능란하게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결국 경희대는 좋은 선수구성이었음에도 조직수비의 떨어지는 숙련도, 스크린 부재로 인한 공격의 비효율성이 함께 겹치면서 패했다. 판정은 아쉬웠지만, 모든 것을 판정 탓으로 돌리기에는 문제가 있었던 경희대의 경기력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