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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정상에서 만났다. SK와 모비스가 2012~2013시즌 챔피언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게 됐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SK는 지난해 챔피언 KGC를 3승1패, 모비스는 전자랜드을 3연승으로 물리쳤다. 두 팀은 여러 면에서 대조적인 팀컬러를 지니고 있어 이번 챔피언전은 그 어느 시즌보다 명승부가 기대되고 있다.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는 SK가 4승2패로 모비스를 압도했지만, 챔피언전에서 일방적인 강세를 예상하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모비스는 정규리그 막판부터 플레이오프에 대비한 레이스를 펼치며 전력을 더욱 탄탄하게 다졌다. 한 시즌 최다승 타이인 44승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SK는 플레이오프서 강호 KGC와 혈전을 펼치며 단기전의 노하우와 자신감을 쌓았다. '창과 방배'의 대결로도 압축된다. 양팀간 사상 첫 챔프전 맞대결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모비스는 유재학 감독 특유의 탄탄한 조직력이 강점이다. 정규리그서 게임당 평균 67.2실점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양동근이 이끄는 앞선의 수비가 난공불락이다. 신인 김시래도 프로에 완전히 적응하며 플레이오프 들어 수비에서 높은 공헌도를 자랑했다. 로드 벤슨과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역할 분담도 뚜렷해 투입 타이밍 잡기가 수월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기술이 뛰어난 벤슨은 수비, 파워가 좋은 라틀리프는 공격에서 쓰임새가 높다. 움직임이 둔해 조직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던 문태영과 함지훈의 활용법에 대한 답도 플레이오프에서 찾아냈다. 문태영이 내외곽을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공간을 창출하면 함지훈이 중거리슛 또는 골밑 돌파로 공격을 시도하는 방식이다. 공격 루트가 다양해졌다는 의미다. 문경은 감독은 모비스에 대해 '강력한 수비에 이은 속공 전개'를 가장 경계했다.
노련함과 패기 모두 갖춘 지략 대결
유재학 감독은 '만수'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작전과 용병술로 15년 간 코트를 지배한 현역 최고의 감독이다. 모비스에서는 2006~2007시즌, 2009~2010시즌 등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유망주 발굴에도 뛰어난 능력을 과시했다. 양동근과 함지훈은 유 감독의 조련을 받고 각각 챔피언결정전 MVP에 오르기도 했다. 팀플레이를 만들어내는데 있어서도 유 감독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이번 시즌 들어서는 문태영, 김시래, 라틀리프, 벤슨 등 새 멤버들을 완벽하게 팀플레이에 녹아들게 했다. 유 감독은 1위 SK 추격이 힘들어진 6라운드 들어 레이스에 여유를 주면서 팀을 플레이오프에 대비한 시스템으로 바꿔 경기를 치렀다. 자리를 잡지 못했던 문태영 활용법을 완벽하게 터득했고 라틀리프-벤슨의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시켰다. 함지훈이 부상으로 빠진 시점, 팀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조직력을 더욱 탄탄하게 다졌다.
문경은 감독은 이번 시즌 들어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에 데뷔한 초보 사령탑이다. 정식 감독이 돼서 첫 해에 팀을 정규리그 정상에 올려놓는 위업을 달성했다. SK도 유 감독 덕분에 97년 팀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만큼 문 감독의 지략과 팀운용술이 유 감독 못지 않다는 이야기다. KGC와의 4강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직후에는 "선수들이 나를 봤을 때 믿음직하고 여유롭고 편안함을 느꼈으면 하는 그런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 선수들의 경기력을 최상으로 뽑아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초보 감독들에게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문 감독만의 리더십이라고 볼 수 있다. 초보 감독임에도 패기와 함께 노련미도 갖추고 있다. 두 감독의 맞대결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