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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몇몇 경기를 제외하곤 '좋은 컨텐츠'가 아니었다.
6강 1차전 오리온스와 KGC의 경기가 열렸다. 전태풍이 김태술에게 과격한 파울을 했고, 두 팀은 벤치클리어링 사태까지 이르렀다.
여러 매체들에서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폭력'이라고 평가했다.
지금 상황에서 '벤치클리어링이 폭력,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기계적이다. KGC나 오리온스의 선수들, 그리고 사령탑들의 발언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전제를 깔고 가자. 몇 년 전 NBA에서 나온 관중과 선수들간의 폭력, 그리고 선수생활에 위협을 가하는 비신사적인 행위는 당연히 안된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프로농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치열함이 없다는 데 있다. 학연과 지연이 얽히고 설켜서 오히려 코트에서 경쟁보다는 매너를 너무나 강조한다. 너무 강조해서 지나칠 정도다. 이런 점들이 사실상 프로농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승부에 대한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문제는 이런 신경전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마지노선을 넘지 않는 것도 프로선수들의 미덕이다.
그런데 KBL은 너무나 민감하다. 다시 오리온스와 KGC전을 보자. 전태풍의 김태술에 대한 과격한 반칙. 플레이오프라면 있을 수 있는 반칙이었다. 또 파틸로가 전태풍을 친 것도 극심한 신경전 속에서 나온 부분이다. 파틸로가 자신을 제어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오히려 관중들에게 주는 효과는 훨씬 극적이다. 그동안 승부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을 받은 프로농구에서 치열한 신경전의 극단이 나왔다. 김동광 감독도 "그동안 승부에 치열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그런 모습이었다"고 했다. 추락하고 있는 프로농구의 '청량제'같은 역할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폭력도 안된다'는 주장은 곤란하다. 너무나 기계적이고 상황판단이 안된 얘기다.
이런 기계적인 주장이 가장 무서운 점은 KBL의 극심한 개입을 그대로 수용하고 만다는 것이다. 2008~2009시즌 가장 치열했던 플레이오프 승부 중 하나가 3위 KCC와 6위 전자랜드전이었다. 당시 KCC와 전자랜드전은 코칭스태프의 싸움까지 신경전이 이어졌다. 그리고 코트에서 수많은 충돌이 있었다. 그러자 KBL은 4차전부터 휘슬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몸접촉에도 휘슬을 불었다. 경기에 대한 흥미는 완전히 극과 극이었다. 3차전까지 극에 달했던 분위기는 4차전부터 완전히 식고 말았다. KCC가 승리를 거뒀지만, KBL의 '이상한 개입'이 경기의 질을 완전히 떨어뜨렸다.
NBA와 KBL의 벤치 풍경을 보자. 승부처 극적인 슛이 터졌다. 분위기가 다르다. NBA에서는 기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정해진 벤치 안에서 뭘 하든 자유다. 벤치의 선수들을 보면 관중들은 일체감을 느낀다. 반면 KBL은 벤치에서 흥분하면 심판들이 제지한다. 왜 제지하는 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혹시 모를 경기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할 말이 없다.
코트에 뛰고 있는 선수들은 프로다.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알아서 신경전을 벌이고, 제어하고, 수습해야 한다. 그런데 KBL은 아예 신경전 자체를 없애버리기 위한 룰과 관습들이 많다. 왜 관중의 흥미를 돋울 수 있는 물꼬를 트지 않는 지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다. 농구를 잘 알고 있는 한선교 총재가 왜 이런 점은 시급하게 고치지 않는 지 모르겠다. '좋은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정작 필요한 게 뭔지 더 고민했으면 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