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2012-201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경기가 열렸다. 전날 갑작스럽게 모친상을 당한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용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3.19. |
"감독님, 경기장으로 갈게요. 제가 가야죠."
두 가지 일이 모두 우선 순위를 매기기 쉽지 않을 정도로 중요했다. 18일 아침에 급작스럽게 별세한 故 천숙자씨는 오늘날의 '전주원'을 있게 해 준 어머니다. 또 전 코치가 이번 시즌 새롭게 부임한 우리은행은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면 2006 겨울리그 이후 7년 만에 챔피언에 오르게 된다. 코치로서 첫 우승을 경험할 수도 있는 날이다. 초능력이 없는 전 코치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결정은 오로지 그녀의 몫이었다.
지난해 3월 전 코치와 함께 신한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옮긴 위성우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전 코치에게 위로의 말밖에 건넬 수 없었다. 신한은행 시절 코치와 선수로, 그리고 우리은행에서는 감독과 코치로 오랜 호흡을 맞춰온 사이라 전 코치의 깊은 상심을 가족 못지 않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감독'의 입장만 따진다면 우리은행을 함께 이끌어 온 전 코치가 반드시 이날 경기장에 있어주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지인의 인간적인 입장은 이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위 감독은 그래서 그저 전 코치의 아픈 마음을 다독이는 말만 했다.
거짓말같은 현실 앞에서, 전 코치는 목이 잠기고 말았다. 하지만 전 코치는 결국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아마도 전 코치는 돌아가신 모친이 전 코치가 빈소에서 주저앉아 슬픔에 잠기는 것보다는 경기장에서 우승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을 원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가족과 상의 끝에 전 코치는 경기장 행을 택했다.
이날 경기를 앞둔 위 감독은 "전 코치와 통화를 하는데, 깊이 잠긴 목소리로 경기장에 오겠다고 하더라. 무척이나 고맙고 미안했다. 전 코치가 오면 나나 선수들이나 큰 힘을 얻을 것 같다"면서 "사실 전 코치가 못오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내가 쉽게 흥분하는 편인데, 전 코치가 늘 차분하게 가라앉혀주곤 했다. 경기장에 와 준다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경기 시작 직전 결국 전 코치는 코트에 나타났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은 가슴 한 켠에 몰아넣은 채 평소와 다름없이 벤치에서 선수들을 응원하고 위 감독을 도왔다. 그녀의 왼쪽 가슴에 매달린 검은 근조리본은 반드시 이날 우승을 따내 영전에 바치겠다는 고인과의 약속의 징표처럼 보였다.
용인=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