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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농구 챔피언전에서 우리은행이 삼성생명에 2경기 연속 완승을 거두며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양 팀의 실력차이면서 동시에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모두 거친 삼성생명의 체력 문제를 원인으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5년만에 부활된 외국인 선수 제도의 영향이 크다. 우리은행은 백전노장 티나 탐슨, 삼성생명은 신예 앰버 해리스를 각각 내세우고 있는데 준PO와 PO에서 펄펄 날던 해리스가 티나에 철저히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스에 철저히 의존했던 삼성생명으로선 티나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우리은행의 겁없는 젊은 선수들에게 '중과부적'을 느낄 정도다.
삼성생명은 정규리그에서 16승19패로 5할도 안되는 성적이었지만 3위에 올랐다. 24승11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전적에 따라 리그 1,2위로 갈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승률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총 35경기를 치렀는데, 승차가 8경기나 났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차가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 접어들어 해리스에 대한 의존도가 유독 높아지면서 팀의 조직력은 더욱 허술해졌다. 해리스의 존재감 때문에 가려져 있지만 문제는 심각하다. 이미선이나 박정은 정도를 제외하곤 나머지 선수들은 공을 잡으면 자신들이 뭔가를 해볼 생각을 못하고 해리스만 찾기 급급했다. 홍보람 고아라 이선화 이유진 박태은 등 삼성생명의 젊은 선수들은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숱한 기회를 잡았으면서도 눈에 띄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급 슈터 이충희가 고려대에서 뛸 당시 "공 잡으면 (이)충희 줘!"라는 농담과 같은 작전 지시가 연상될 정도다.
박정은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고, 이미선과 김계령 등 그동안 팀을 이끌었던 선수들은 노쇠화를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이들의 성장이 정체돼 있는 것은 삼성생명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게다가 해리스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삼성생명을 무조건 떠나게 된다. 해리스가 만약 올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 나온다면 하나외환이나 KDB생명 등 올 시즌 하위권팀들이 무조건 앞 순위에서 뽑을 확률이 높다. 즉 해리스를 위주로 했던 짜여졌던 플레이는 올 시즌을 끝으로 무용지물이 된다. 해리스와 박정은이 떠난 가운데 국내 선수들이 지금과 같은 경기력에 그친다면 삼성생명은 내년 시즌 하위권에서 맴돌 것이 뻔하다.
어쨌든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을 거치면서 팀의 문제점이 더욱 도드라졌다. 외국인 선수 제도로 인해 그 노출이 잠시 늦춰졌을 뿐이다. 해리스의 활약이 '양날의 칼'이 된 셈이다. 챔프전 완패보다 더 뼈아픈 삼성생명의 고민은 이제부터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