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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총재도, 그리고 이사회도 그 어느 때보다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던 前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이 지난 11일 구속됐기 때문이다. 야구, 축구, 배구 등에서 승부조작이 터졌을 때 농구에는 그런 일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던 KBL은 13일 오전 이사회를 개최해 경기력 향상과 승부조작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뒤늦은' 논의를 했다.
하지만 어떤 개선 방안이든, 어떤 제도 변화든 아쉬운 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계기로 KBL이 잘못된 제도에 대해 조금이나마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개선 방안을 내어놓았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의의는 부여할 수 있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KBL이 급하게 이사회를 개최해 개선 방안을 논의할 만큼 고의 패배, 승부조작 등은 프로 스포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렇지만 평소 리그에서 문제되는 사항이 언급될 때는 미동도 하지 않던 KBL이 언론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고의 패배와 승부조작 재발 방지에는 유독 큰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씁쓸한 기분이 크게 든다.
우선 이번 시즌의 저득점화 현상은 '도'를 넘어섰다. 1주일 뒤에 종료되는 정규시즌에서 평균 60점대의 팀이 2팀이나 된다. 반면에 평균 80점은커녕 76점대를 기록중인 팀이 최다 득점 팀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개개인으로 살펴봐도 평균 15점 이상을 기록중인 국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으며 평균 20점 이상을 기록중인 선수도 정확히 평균 20점을 기록중인 부산 KT의 제스퍼 존슨 뿐이다.
해마다 저득점화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고 국내 선수들 및 한국을 찾는 외국인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 그리고 구단들은 팬이 아닌 승리를 위한 농구를 하고 있다. 그로 인해서 농구팬들은 농구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KBL은 이 부분에 대해 전혀 고심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구팬들을 농구판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있는 대표적인 주역인 '심판'에 관해서도 KBL은 침묵하고 있다. 심판 욕설 파문은 물론이고 심판의 거듭되는 오심과 객관성을 잃은 파울 콜 등의 문제가 이번 시즌 크게 대두되고 있지만 KBL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물쩡 넘어가고 있다.
프로농구에서 팬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계기는 단순하다. 재미가 없어서다. 고의패배나 승부조작이 그것에 쐐기를 박긴 했지만 해마가 프로농구의 인기가 추락한 주된 이유는 경기력의 질적 저하와 애매한 심판 판정 때문이다. 팬들이 원하는 농구, 팬들이 그리워하는 농구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KBL이다. 언론에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고의패배나 승부조작의 재발 방지 개선책을 내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농구의 인기가 시들해진 근본적인 이유에 관심을 보이고 개선책을 내어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홍진표 객원기자, SportsSoul의 소울로그(http://blog.naver.com/ywam31)>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