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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이 더 무섭다."
의정부지법 형사5부는 11일 돈을 받고 경기 승부를 조작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강 감독에 대해 영장을 발부했다.
"사안의 성격이나 수사진행 상황을 고려해 증거 인멸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영장발부 사유다.
강 감독 측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앞으로 재판을 통해 진실공방이 전개될 전망이다. 강 감독의 유·무죄는 섣불리 재단할 게 아니라 재판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문제는 이런 충격이 여기서 그칠 것같지 않다는 것이다. 프로농구계가 또다른 충격에 휘말리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강 감독의 구속사태를 계기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괴담'때문이다.
현재로선 이 '괴담'은 발원지가 분명하지도, 근거가 확실하지도 않은 '카더라 통신'에 불과하다. 그러나 프로농구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까지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프로스포츠계는 지난 2011년부터 1년 동안 쓰나미처럼 몰아닥친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홍역을 치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에 공포감은 더하다.
과거 프로축구(2011년)와 프로배구(2012년) 승부조작 사건때에도 수사대상이 점차 확대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자료에는 조사대상이 추가로 더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리스트'라고 부르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강 감독을 포함해 11명이 리스트에 올라있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11명 리스트'를 두고 루머는 더 부풀려지고 있다. 현재 프로농구팀은 모두 합쳐야 10개다. 사건의 문제가 됐던 2010∼2011시즌에 현역에 없었던 감독들을 제외하면 11명이나 될 수가 없다.
따라서 남자 프로농구가 아니라 여자 프로농구에도 또다른 루트의 연루자가 있거나, 감독이 아닌 코치-선수에게도 수사가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진다.
이와 관련해 프로야구에도 불똥이 튈 것이란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구속된 2명의 브로커 가운데 조모씨(39)가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라는 게 연결고리다.
프로축구, 프로배구, 프로야구의 승부조작 사건때 브로커로 등장한 이가 모두 전·현직 선수였다. 프로축구의 경우 당시 상무 소속이던 김동현이 잘 알고 지내던 브로커로부터 부탁을 받고 '제2의 브로커' 역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배구에서는 전직 프로배구 선수가, 프로야구에서는 대학야구 선수 출신이 브로커로 개입됐다.
이같은 전례로 비춰볼 때 승부조작 행위는 개인적인 친분에서 시작돼 새끼를 치듯 확산됐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필 이번 사건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지방 연고 프로팀에서 뛰었던 조씨가 등장하자 프로야구판에도 미처 밝혀지지 않은 불법행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번 '승부조작 리스트'에 오른 대상이 11명이나 된다는 소문이 신빙성을 더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프로농구 뿐만 프로야구 등 다른 종목에도 수사가 확대될지 모른다는 게 두 번째 '괴담'인 것이다.
이같은 '괴담'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이번에 구속된 또다른 브로커 김모씨(37)에 대한 '수사과정설'이 자리잡고 있다. 김씨는 강 감독과 10여년 전부터 동생처럼 알고 지내는 지인이다.
딱히 강 감독에게 원한을 품을 일이 없었던 김씨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강 감독을 끌어들인 것에 대해 대다수 농구인들이 의문을 품어왔다.
이에 대해 일부 농구인들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김씨가 강 감독을 먼저 지목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준비한 수사자료와 관련 증거가 빼도 박도 못할 만큼 워낙 치밀했기 때문에 순순히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검찰이 사전에 꼼꼼하고 광범위하게 수사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이번 사건은 새로 출범한 정부의 주요기관이 부정부패 척결의 시범 케이스로 여기고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검찰이 일사분란하게 구속수사를 할 정도로 치밀한 자료를 확보한 것을 봤을 때 내부 고발자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등의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한 농구인은 "으레 이런 사건이 터지면 저마다의 관측과 정보를 놓고 갑론을박하다가 보니 말이 부풀려진 것 같다"면서도 "때가 때인 만큼 '카더라 통신'이라고 무시하기에는 두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들 '괴담'이 '괴담'으로만 그칠지 '사실'로 드러날지는 검찰만이 알고 있다.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프로스포츠계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