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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자 프로농구 무대에는 '미녀' 내지 '얼짱'이라는 별칭을 지닌 선수가 팀 별로 1-2명씩은 활약하고 있다.
단순히 수려한 외모뿐만 아니라 겸손하고 착한 성품에 걸그룹 멤버 뺨치는 춤과 노래실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큰 사랑을 받는 선수.
김연주가 각광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실력이다.
지난 9일 용인에서 열린 삼성생명과의 2012-2013 여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김연주의 플레이는 자신의 스타성을 그대로 드러낸 경기였다.
신한은행은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홈에서 치른 1차전에서 경기종료 0.4초전 삼성생명 이미선에게 역전 버저비터를 얻어맞고 역전패하고 말았다.
졸지에 탈락의 벼랑끝에 몰린 신한은행은 그러나 이날 원정 2차전에서 심리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질식수비'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악착 같은 수비로 삼성생명을 전반전 20분 동안 15득점(역재 플레이오프 전반 최소 득점)에 묶는 등 수비에 성공하며 62-47 완승을 거뒀다.
삼성생명의 이호근 감독이 경기 직후 한 마디로 '완패'라고 표현했을 만큼 모든 면에서 삼성생명을 압도한 경기였지만 신한은행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만약 김연주의 결정적인 3점포가 아니었더라면 거짓말 같은 역전패를 당했던 1차전의 경기양상이 재현될 가능성도 충분했다.
김연주는 팀이 10점차 이상 점수차로 크게 앞서가다 삼성생명 앰버 해리스, 이미선, 이선화 등에게 연속으로 실점, 10점차 이내로 추격을 허용한 2쿼터 중반 24초 공격제한시간을 알리는 버저와 동시에 던진 3점슛을 두 차례나 성공시키며 신한은행이 전반전을 15점차의 리드를 유지한 채 마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신한은행이 1, 2쿼터 전반전 20분을 마치면서 잡은 15점차의 리드는 그대로 경기종료까지 이어졌다.
김연주가 공격제한시간 1-2초를 남기고 던져 성공시킨 두 차례의 '슛클락 버저비터'는 점수차를 벌리는 역할에 더해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단순한 6득점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득점이었다.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연주는 이날 터뜨린 두 차례의 '슛클락 버저비터' 3점슛에 대해 '오늘 특별히 감이 좋았냐'는 질문에 "오늘 사실 어깨가 아파 '편하게 던져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버저비터가 탐나기는 했었다"며 "(플레이오프 준비) 과정에서 구단에서 선수 사기 진작 차원에서 열었던 슈팅대회를 했는데 버저비터 상금을 탔다. 그래서 주위에서 경기에서 버저비터 꼭 넣으라고 했다. 그때의 감각이 살아있었나보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김연주는 이어 지난 1차전 패배를 믿고 싶지 않았다면서 탈락의 벼랑 끝에서 맞이하는 2차전의 부담감을 떨치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1차전을 이겼다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는 말을 했다.
신한은행의 간판인 김단비가 경기전 워밍업 하는 시간에 평소 때보다 훨씬 많은 땀을 흘리며 긴장한 티를 '팍팍' 냈던 것과는 달리 김연주 스스로는 나름대로 적절한 마인드 콘트롤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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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는 실제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도 큰 경기에 강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변코비' 변연하가 버티고 있는 KB스타즈를 상대로 벌인 챔피언결정전에서 신한은행은 3연승으로 6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는데 KB스타즈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두는 동안 김연주는 팀의 식스맨으로 활약하면서 고비 때마다 무려 9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는 활약을 펼쳤다. 김연주의 챔피언결정전 3점슛 성공률은 무려 75%(9/12)였다.
이번 삼성생명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김연주는 7차례의 3점슛을 시도해 3개를 성공시켜 43%이라는 '특A급'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기록은 이날 경기를 펼친 양팀 선수들을 통틀어 최다 3점슛 득점과 최고 3점슛 성공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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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슈터' 김연주의 예쁘고 선한 미소 속에 감춰진 매서운 승부사적 기질이 남은 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어떤 마법과 같은 상황을 연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임재훈 객원기자, 스포토픽(http://www.sportopic.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