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다른 말로 설명을 할까. 글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란 말 외에는 적당한 표현이 없을 지경이다. 한국 남자프로농구의 미래, 도저히 밝은 빛을 찾아볼 수가 없다. 존폐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대 프로종목(야구, 축구, 배구, 농구) 중 가장 정체된 곳이 바로 농구다. 대체 어쩌다 프로농구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연속된 악재의 결과는 참혹하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승부조작 의혹이 터진 후 3000명 이상이 입장하는 경기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텅 빈 체육관에서 선수들의 고함 소리 만이 처절하게 들릴 뿐이다. TV 중계 시청률도 형편없다. '겨울스포츠의 꽃'이라는 말도 옛날 이야기다. 배구에도 크게 밀린다. 농구와 배구를 함께 중계하는 한 케이블 방송사 관계자가 "시청률 차이가 크다보니 아무래도 농구보다 배구경기 편성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다.
문제는 프로농구의 팬심이 이처럼 멀어진 이유가 단순히 최근에 터진 일련의 악재들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을 뿐 그 뒤엔 보다 근본적이고 오래 묵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지난 몇년 간 흥행요소를 잃어버리며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결국, 곪을대로 곪은 상처가 터진 것 뿐, 갑작스럽게 팬심이 멀어지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선수들도 프로라고 하기에는 너무 수줍다. 지난 시즌 KGC와 동부의 챔피언결정전이 화제가 됐던 것은 양희종(KGC)과 윤호영, 이광재(이상 동부)가 만든 '도발 시리즈' 때문이었다. 서로 입심으로 장외 신경전을 펼치며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나친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비난 여론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인터뷰도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얘기들만 반복된다. 미국프로농구(NBA)처럼 스타급 선수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이슈가 돼야 한다.
제도적 문제도 크다. 외국인 선수 규정부터 경기 룰까지 매 시즌 바뀌는 것 투성이다. 농구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없는 팬들이라면 시즌이 바뀔 때마다 헷갈릴 수밖에 없다. FA, 샐러리캡 등의 제도도 비현실적이다. 간판급 선수가 많은 연봉을 받고, 또 새로운 팀으로 이적하며 새로운 경쟁구도가 형성돼야 흥행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팀의 간판급 선수들이 FA로 팀을 옮기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원소속구단에 너무 유리한 협상조건이기 때문. 또, 급하게 도입한 혼혈 선수 제도도 한 팀에서 3년을 뛴 후 이적해야 한다는 조건하에 전태풍(오리온스), 이승준(동부), 문태영(모비스)이 팀을 옮기며 문제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선수가 뛰고 싶은 팀에서 뛸 수 없다는 자체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
국제 경쟁력 약화도 큰 요인이다. 한두명이 전력을 좌우할 수 있는 농구의 특성 탓인지 모두들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플레이에만 익숙해지고 있다. 개인기량이 점점 후퇴하고 있다. 이제 한국농구는 아시아에서도 변방이 돼버린지 오래다. 국내 최대 인기 프로 스포츠인 야구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두차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선전 이후 흥행이 폭발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