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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농구, '우리 생애 가장 치열한 1주일!'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3-02-18 11:13 | 최종수정 2013-02-18 11:13



◇지난 1월24일 열린 KDB금융그룹 2012~13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신한은행전에서 우리은행 박혜진이 골밑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사진제공=WKBL

'우리 생애 가장 치열한 1주일!'

여자 프로농구가 정규시즌 폐막을 1주일 앞둔 가운데 KB국민은행이 16일 삼성생명을 꺾으면서 4강이 모두 확정됐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가운데 삼성생명에 이어 KB국민은행이 막차로 4강에 합류한 것. 이쯤되면 잔여 경기가 시시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라는 말처럼, 포스트시즌에 나갈 4개팀이 모두 정해졌음에도 여자 농구의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정규시즌 가운데 가장 뜨겁고 치열한 1주일이 될 전망이다. 17일 현재 정규시즌 1위, 그리고 꼴찌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시즌부터 리그 1위에 대한 어드밴티지는 확실하다. 예전처럼 4위팀과 플레이오프를 거칠 필요 없이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하는 권한을 가진다. 3~4위팀이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후 승자가 다시 2위팀과 플레이오프를 거친다. 이 관문을 통과해야만 1위팀과 5전3선승제의 챔프전을 가질 수 있다. 우승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가 된다.

'만년 꼴찌팀'으로 통했던 우리은행의 기세는 무서웠다. 시즌 초반부터 1위로 치고 나선 후 한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현재까지 질주했다. 하지만 시즌 1위를 일찌감치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우승 매직넘버가 쓰여지자 바로 첫 연패를 기록했다. 코칭스태프나 선수들 모두 자만심에 빠진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달 24일 2위 신한은행전에서 승리하면서 시즌 상대전적에서 앞서자 팀 전체적으로 자신감과 함께 안도감이 넘친 것이 화를 부른 셈이다. 우월한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치른 팀이기에 시즌 막판 피로감이 몰려온 것은 어쩔 수 없었는데다, 박혜진 이승아 배혜윤 등 주전 선수들뿐 아니라 위성우 감독이나 전주원, 박성배 코치 등 코칭스태프도 신진급이기에 한 시즌 전체를 운영하는 노하우가 아직 부족했다. 위 감독도 "솔직히 조급했던 것이 사실이다"고 밝힐 정도다.

그러는 사이 통합 7연패에 도전하는 '만년 우승팀' 신한은행은 KDB생명과의 3대3 트레이드 이후 주춤거렸지만 이내 팀워크를 다지며 4연승으로 막판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18일 신한은행이 삼성생명전에서 패한다면 우리은행은 앉아서 정규리그 1위를 결정지을 수 있지만, 만약 신한은행이 승리한다면 우리은행은 21일 KB국민은행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24일 신한은행과의 최종전에서 시즌 우승을 놓고 싸워야 하기에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시즌 1위에 대한 가능성이 희박했지만 우리은행의 부진으로 기회를 잡은 신한은행은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승부를 24일까지 끌고 갈 것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은행의 1위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챔피언 결정전 직행을 결정지은 후 주전들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주려고 했던 당초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갔다. 그래도 챔피언전이 3월15일부터 열리기에 20일 가까운 여유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예년에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렸던 하나외환과 KDB생명의 탈꼴찌 쟁탈전도 1주일을 달굴 최고의 핫이슈다. 하나외환은 17일 1위를 확정지으려던 우리은행을 잡아내며 확실하게 '고춧가루'를 뿌렸고, 같은 날 KDB생명도 KB국민은행을 대파하며 두 팀은 12승21패로 공동 5위를 달리고 있다. 하나외환의 이 경기에는 김정태 은행장을 비롯한 구단 고위 관계자가 총출동, 승리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였다. 신세계 해체 이후 시즌을 앞두고 창단된 하나외환으로선 첫 해에 꼴찌를 차지할 수 없다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여기에 시즌 후 FA를 대거 영입하며 힘을 실어줄 예정이라 내년 시즌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는 KDB생명도 마찬가지. 올 시즌 타이틀 스폰서인데다 신한은행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외국인 선수 캐서린을 제외하고도 주전 5명 모두 국가대표이기에 자존심 때문에라도 꼴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옥자 감독과 이문규 코치가 이례적으로 역할을 맞바꾸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기에 더욱 그렇다. 1위와 탈꼴찌 쟁탈전을 한꺼번에 지켜보는 것은 시즌 막판 여자 농구를 즐기는 최고의 묘미가 되고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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