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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팀이 큰 위기를 맞았다"고 토로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2-01-06 13:10 | 최종수정 2012-01-06 13:10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스포츠의 세계에서 10번 싸워 8번 이상 이긴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일이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스포츠의 세계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과 챔피언전을 5번 연속 휩쓰는 통합 5연패를 기록했고, 올 시즌도 20승4패로 승률이 무려 8할3푼3리에 이르는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팀은 '무적'으로 통한다. 적어도 겉으로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외화내빈'의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5일 삼성생명전에서 64대70으로 패했다. 스코어상으로 큰 이상은 없다. 이 경기에 앞서 7연승을 달리고 있으니 팀 사이클상 패할 때도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날 신한은행다운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주전 가드 최윤아가 컨디션 난조를 호소, 전체적으로 경기가 빡빡하게 진행된 측면도 없지 않았지만 삼성생명도 주전 가드 이미선이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변명은 되지 않았다.

경기 후 임달식 감독이 "선수들이 경기할 준비가 전혀 안됐다. 오히려 잘 졌다"고 털어놓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전날 훈련에서 선수들이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팀 관계자의 설명. 조금만 아파도 뛰기 싫다는 내색을 했고, 컨디션도 안 좋다며 은근히 짜증을 부렸다. 임 감독은 훈련을 30분도 지켜보지 않고 사무실로 올라와 버렸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1쿼터부터 벤치에 묵묵히 앉아 있었고 작전 타임 때도 위성우, 전주원 코치에게 맡겨놓고 별다른 지시 하나 내리지 않았다. 선수만큼이나 열정적으로 코트를 뛰어다니며 소리를 치다가 심판들로부터 가장 많은 주의를 받은 '열혈감독'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선수들에 대한 무언의 경고인 셈이다.

임 감독은 "단순히 1패가 문제는 아니다. 주전들이 대거 빠져서 위기감 속에서 시즌을 맞았는데 1위를 달리다보니 어느새 선수들이 시즌 초반의 초심을 잃고, '겉멋'만 잔뜩 들었다"고 질타했다. 또 "남은 경기서 5할 정도만 해도 정규시즌 1위는 달성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마음가짐이라면 통합 6연패는 고사하고 챔피언결정전도 못 나간다"고 토로했다.

물론 다른 팀의 입장에서 보면 임 감독의 '엄살'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를 복기하면 수긍이 간다. 승률이 1할밖에 안되는 우리은행을 상대하거나 혹은 상대팀이 비주전 위주로 짜서 나왔을 때 신한은행 선수들은 유독 어려운 경기를 한다. 예전처럼 초반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밀어붙이지 못하고, 내내 끌려다니다가 막판에 겨우 뒤집는 경기가 많다. 무적의 '포스'가 느껴지지 않다보니 상대팀이 주눅들지 않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한 결과다.

선수들은 절대 방심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왠지 몸놀림은 느슨해지고 개인 플레이에 의존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특히 지난 시즌 MVP 강영숙, 그리고 지난 시즌 주전으로 급부상한 중고참 이연화 등 그동안 '궂은 일'을 도맡으며 주목을 받은 선수들이 어느새 팀보다는 자신을 앞세우려는 플레이도 눈에 띄게 늘었다.


사실 신한은행의 베스트5 한명 한명이 리그 최정상급은 아니다. 이름값이나 실력은 조금씩 떨어져도, 한발 더 뛰고 한번 더 희생하는 가운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팀이다. 게다가 통합 5연패를 달성하면서 신인 드래프트에서 늘 하위순위였기에, 미래를 걸머질 선수 수급도 잘 안되고 있다. 그러기에 신한은행은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가장 큰 팀 중 하나다. 주전 가운데 부상자가 한명만 발생해도, 선두 수성을 장담할 수 없다.

조직력 농구가 무너지는 날에는 신한은행의 아성도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기에, 잘 나가는 상황에서도 임 감독이 위기를 부르짖는 이유일 것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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