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다승 유재학 감독 "최장수 감독이 꿈"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11-26 18:16


최다승을 수립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 스포츠조선DB

"최장수 감독이 꿈이다."

'만수'는 프로농구판의 '장인'이다.

'만수'는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변화무쌍한 전술에 혀를 내두른 KGC 이상범 감독이 '만가지 수'라는 표현을 쓰며 생겨난 별명이다.

프로농구 최다승 기록(363승)을 수립한 유 감독은 26일 전자랜드전을 승리한 뒤 "최장수 감독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24시간 농구만 생각한다. 유 감독은 "사실 이 직업(감독)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별달리 잘하는 것도, 취미도 없어 어떨때는 '요리학원에 다녀볼까'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데 농구 감독이란 자리가 만만치 않다. 코트 안에 벌어질 일을 항상 생각하며 대비해야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다른 취미는 가져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유 감독은 올해 49세다. 10년 이상 지켜본 기자의 눈에 유 감독은 별다른 취미가 없다. 술도 잘 마신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코칭스태프와 당구를 치기도 하고, 배드민턴과 스크린 골프에도 취미를 붙여봤다.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철저한 준비때문에 항상 빈틈이 없다. 2004년 모비스에 입단한 유 감독의 애제자 양동근도 "아직까지 빈 틈을 보이시지 않는다. 단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농구밖에 잘하는 게 없다. 그리고 보람도 있고 재미도 느낀다. (프로농구)최장수 감독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도 감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사실 최근 남녀 프로농구판은 젊은 감독들이 많다. 그러나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들도 있다. 구단 수뇌부에서 능력이 아닌 다루기 쉬운 감독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감독자리는 경험도 필요하고 꾸준히 공부도 해야 한다. 전반적인 농구에 관한 지식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구단과의 관계, 혹은 다른 요소로 감독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철저한 프로다. 이날 최다승 수립 후 소박한 축하행사가 있었다. 선수단이 모여 헹가래를 쳤다. 그러나 유 감독은 "사실 대단한 기록이 아니다. 오래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유난을 떠는 것 같아 헹가래도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양동근은 "사실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울 때 선수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유 감독님도 전혀 그런 것에 신경쓰시지 않았다. 오늘 행가레도 경기가 끝난 뒤 알았다. 선수들에게 승리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구단과 감독님이 일부러 알리시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매 시즌 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14년동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묻자 "콕 집어서 얘기할 수 있는 순간은 없다. 시즌 전 용병을 선택하고 데려왔을 때 '이 선수가 과연 시즌에 통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했다.

보람도 있다. 유 감독은 "조동현 김동우처럼 큰 부상으로 코트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 선수들이 꾸준한 재활치료로 코트에 나서서 맹활약을 펼칠 때가 기쁘다. 또 다른 팀에서 벤치에 앉아있던 선수를 지도해 실전에서 맹활약할 때도 뿌듯하다"고 했다.

실제 유 감독이 키워낸 선수는 많다. 애제자 양동근을 비롯해, 상무에 가 있는 함지훈, 삼성에서 벤치신세를 면치 못했던 박종천 우승연, 그리고 LG 주전 포인트가드 김현중, 미완성 슈터에서 SK 주전 포워드자리를 꿰차고 있는 김효범 등이다.

그는 "양동근과 조동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라고 했다. "항상 노력하고 어떤 것을 해야할 지 알며, 책임감이 투철한 선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러기 아빠다. 아내 김주연씨 사이에 1남1녀(선호군, 선아양)를 두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선수들과 임근배 김재훈 코치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