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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팠다. 걸을 때조차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벤치에 앉아있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14년만의 우승 길목의 중국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 선수 중 가장 긴 35분5초를 소화하며 17득점을 쏟아넣었다. 유일한 두자릿수 득점이었다. 답답하리만큼 침묵했던 3점슛도 유일하게 성공시켰다. 2점슛 성공률이 75%, 자유투 100%에 달할 만큼 정확도도 높았다.
후반 들어 야투 실패 속에 한국의 득점포는 침묵했다. 3분30초까지 무득점 속에 8점차까지 밀렸다. 문태종 중심의 공격이 여의치 않자 수비 분산을 위해 양동근이 나섰다. 평균 2m가 넘는 중국 수비의 장대숲을 조자룡이 조조군의 적진을 가르듯 휘저으며 선봉에 섰다. 2분여간 순식간에 돌파와 페이드어웨이로 8점을 쏟아부었다. 그의 맹활약 덕분에 치욕적 대패를 면할 수 있었다. 홈 관중의 일방적 응원 속에 그대로 밀렸다면 큰 점수 차 패배를 피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경기 후 '아팠느냐'고 묻자 그는 "순간순간 통증이 있었다. 참고 끝까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에 대해서는 오히려 "내가 찬스를 많이 만들어 도움을 줬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다"며 동료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포인트 가드로서의 책임감을 끝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양동근의 적극적 공격 가담은 문태종에게 집중된 중국 수비 분산을 위해 불가피하고도 옳은 선택이었다.
양동근은 "수비는 만족한다. 하지만 공격이 워낙 안됐다. (문)태종이 형에게 너무 많이 의지했다"며 패인을 분석했다. 그는 향후 대표팀 과제에 대해 "앞으로 대표팀에 나설 선수들은 연구도 많이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더 나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뒤 오른 발목에 아이싱을 한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양동근의 부상투혼. 비록 또 한번 중국에 졌지만 대한민국 농구의 자존심만큼은 지킬 수 있었다.
우한(중국)=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