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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FA 앞둔 제자 배려는 없었다. 오직 팀을 위한 냉철한 결정이었다.
두산에는 매우 중요한 2025 시즌이다. 2년 연속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탈락한 아픔을 털어내야 한다.
팬들의 염원에 내부적으로도 목표 의식이 확실하다. 박정원 구단주가 선수단을 향해 "4, 5등 하려고 야구 하는 거 아니다"고 직접적으로 얘기를 했을 정도다.
모든 감독은 영예롭게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싶어 한다. 당연한 일이다. 재계약을 위해서는 올해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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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부터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 등 선발진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자, 불펜 투수들을 연투 시키고 투수 코치를 계속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평소 젠틀한 이미지와는 다른 승부사를 상징하는 '독한 야구' 타이틀을 얻었다.
불가피한 결단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떨어지면 다시 치고 올라가기 힘들다는 절박한 판단에서였다. 그 여파로 후반기 살짝 지친 모습이 나오기는 했지만, 냉정히 보면 만약 그 때 사령탑이 바짝 죄지 않았다면 4위로 포스트시즌에 나갈 확률은 매우 떨어졌을 것이다.
운명의 2025 시즌. 이 감독은 더욱 '충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 감독은 16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5선발은 김유성"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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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건' 김유성이 좋은 투수인 건 분명하다. 호주 스프링캠프부터 엄청난 구위로 이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프로에서 더 잘하는 선수가 기회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최원준이 마음에 걸린다. 2020 시즌 선발 전환 후 5시즌 동안 좋았든, 안 좋았든 꾸준하게 선발 역할을 해왔다.
많은 감독들이 캠프와 시범경기 때는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며 경쟁을 유도한다.
하지만 정작 페넌트레이스가 시작되면 경험치에 후한 점수를 준다. 실전이기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도 박진이라는 신예가 뛰어나지만, 나균안에게 5선발 기회를 먼저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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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을 잘 마치면 생애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감독들도 감독 이전에 사람이고, 야구 선배인 만큼 '대박'의 기회를 앞둔 제자를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 인지상정.
당연히 마음이 더 쓰이기 마련이다. 물론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밀어줘서도 안되고, 밀어줄 수도 없지만, 실력이 비슷하다면 절박한 선수에게 기우는 경우가 많다. 'FA로이드'라는 동기부여에 대한 기대감도 무시할 수 없다.
최원준이 부진했던 것도 아니다.
시범경기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29로 좋았다. 9일 한화전 선발등판해 4이닝 2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 15일 키움전 구원등판해 3이닝 1안타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
하지만 이승엽 감독의 최종 선택은 김유성이었다. 결국 이름값, 예비 FA 등 다른 요소를 다 제쳐두고 오로지 자신이 세운 기준과 안목만으로 냉철한 선택을 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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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최원준 대신 선택한 김유성의 5선발 카드는 이승엽 감독에게 어떤 결과를 안길까. 시즌 초 두산의 약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