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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안녕하세요 (김)혜성씨'라고 했다. 다저스는 내게 가장 먼저 연락을 준 구단이다."
김혜성(26·LA 다저스)이 본격적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소감을 밝혔다. 김혜성은 1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시애틀을 경유해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향한다. 다저스는 스프링캠프를 애리조나에서 진행하기 때문. 정식 캠프 소집일까지는 한 달 정도 남았지만, 김혜성은 큰 도전을 앞둔 만큼 일찍 미국 현지에 적응하면서 몸을 만들 예정이다.
다저스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1)의 조언에 큰 영향을 받았다.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준비하면서 오타니의 에이전시로 유명한 CAA스포츠와 손을 잡았다. 오타니는 같은 에이전시 소속인 김혜성이 미국에 머물 때 가볍게 다저스와 관련해 조언을 해줬고, 김혜성의 결단에 도움이 됐다. 오타니는 "안녕하세요 혜성씨"라고 친근하게 먼저 한국어로 인사해 김하성은 급히 화답하기 위한 일본어 공부를 하기도 했다.
김혜성은 스프링캠프에서 주전 2루수의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영입하자마자 올 시즌 주전 2루수로 낙점했던 개빈 럭스(28)를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했다. 꽉 찬 내야를 정리하면서 김혜성에게 길을 열어주는 구단의 결정이었다.
팬그래프의 성적 예측 프로그램 스티머(Steamer)는 김혜성이 올 시즌 9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9, 출루율 0.324, 장타율 0.374, 5홈런, 14도루, 35타점, 41득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KBO리그 성적이 토대가 됐을 것이기에 장타 관련 지표는 떨어지지만, 콘택트와 주루 능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으로 바라봤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1.3을 기록했다. 빅리그에서 김혜성이 신인인 점을 고려하면 꽤 후한 예상 성적이 나왔다.
김혜성은 콘택트 능력, 주력과 함께 수비력도 인정을 받고 있다. 다저스와 미국 언론은 김혜성이 KBO 역대 최초로 유격수와 2루수 골든글러브를 모두 수상한 이력에 주목하고 있다. KBO 통산 성적은 953경기, 타율 0.304(3433타수 1043안타), 37홈런, 211도루, 386타점, 591득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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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진출 실감이 나는지.
지금 나는 것 같다.
-등번호가 정해졌나.
등번호가 아쉽게 (한국에서 쓰던) 3번이 없어서 남은 번호 중에 한 자릿수가 뭐가 괜찮을까 하다가 6번이 있길래 했다.
-럭스가 트레이드됐고, 크리스 테일러와 엔리케 에르난데스도 지금 계속 트레이드 시장 매물로 올라와 있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느끼는지.
달라진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 도전하는 메이저리그이기에 그냥 트레이드가 되든 안 되든 똑같은 마음으로 준비할 것 같다.
-다저스는 본인에게 어떤 구단이었는지.
명문 구단이고, 코리안리거들도 많이 뛰었기 때문에 나도 어릴 때부터 많이 봤던 팀이다. 2024년도에 우승 팀이기 때문에 최고의 팀이라고 생각하고 그 구단에서 뛰게 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해서 꼭 빨리 뛰고 싶다.
-계약 과정에서 오타니가 조언해줬다고 들었는데.
딱히 큰 조언은 아니었다. 일단 같은 소속사다 보니까 같은 시설에서 운동을 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그냥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조금 나누면서 그냥 응원 몇 마디 받았던 것 같다. 한국어로 인사를 항상 해 줬고, 나도 분발해서 일본어 공부를 조금 하면서 대화를 했던 것 같다.
-오타니가 한국어를 하면 일본어로 답했나.
맞다. 한국어로 해 주는데 나도 맞춰서 해야 할 것 같아서 열심히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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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혜성씨'라고 했다(웃음).
-이정후가 출국하기 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같다고 칭찬을 하더라.
한 3초 동안 웃었던 기억이 난다. 고맙고 감사한 말인 것 같고, 또 워낙에 대단하신 분과 비유를 해 주셔서 그냥 고맙다는 생각이다.
-이정후도 똑같이 비유해 줄 수 있나.
정후는 그냥 슈퍼스타 아닐까. 비유가 필요 없는 슈퍼스타이기에 작년에 아쉬운 부상이 있었지만, 올해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정후와 계약 과정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들었는데.
내가 많이 물어봤다. 일단 나는 아는 게 없으니까. 그러다 보니까 정후가 메이저리그에 1년 먼저 갔으니 선수층이라든지 생활적인 면에서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많이 물어봤다. 그런 점에서 정후가 너무 잘 알려줘서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이정후를 메이저리그에서 만나면 어떨 것 같은지.
만나면 재미있지 않을까. 타석에 정후가 있을 때가 항상 청백전밖에 없었다. 만약 상대팀에 정후가 타석에 있다면 똑같은 마음으로 그냥 나는 항상 다 잡는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다 잡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메이저리그 진출 원동력을 꼽자면.
아직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그냥 인생을 살면서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 의식과 만족감 없이 그냥 항상 높은 목표를 갖고 살다 보니까 이렇게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든 게 다 처음인데, 미국에 가서 그림이 그려지는가.
안 그려진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내가 프로에 처음 입단했던 느낌 그대로 최대한 성실하게 열심히 할 생각이다.
-다저스의 제안이 매력적이라 선택했겠지만, 서울시리즈 영향이 있었을까. 30일 협상 기간 다 채워서 마지막에 선택했는데, 그 기간을 돌아본다면.
서울시리즈는 딱히 영향이 없었던 것 같다. 일단 팀 자체가 매력적이라 마음이 끌리지 않았나 싶다. (30일 협상 기간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잠이 잘 안 와서 쉽지 않았던 것 같고, 또 이렇게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좋은 추억인 것 같다.
-미국 현지에서는 유틸리티로 보는데, 외야수까지 경험한 것에 주목하던데.
일단 야구 선수고, 포지션이 하나가 아니라 야구 선수로서 어디를 나가든 그냥 뛸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한다. 어디를 나가든 상관없고 잘 준비해서 팀에서 맡겨 주시는 임무를 잘 해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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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야구 잘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보다 더 잘하고 그냥 잘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나보다 잘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수비와 주루 툴이 좋은데, 지난해 두 자릿수 홈런으로 파워도 어느 정도 증명됐다. 미국에서 어떤 야구 보여주고 싶은지.
내 장점을 살리는 선수가 되고 싶고, 일단 첫해고 도전하는 자리니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내세워서 매력 어필을 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입단식 등 향후 일정은?
입단식은 잘 모르겠다. 지금 입단식보다는 훈련하고 연습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운동 선수로서 몸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운동하러 조금 일찍 넘어가는 것이다.
-다저스가 영입 제안했을 때 기분은.
좋았다. 사실 기사에 나오진 않았지만, 포스팅 신청하고 제일 먼저 연락 준 게 다저스였다. 그 점도 감사하고 좋았다.
-다저스에서 뛰면 가장 기대되는 점은.
어릴 때 TV로 보던 그 팀에서 데뷔를 한다는 게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인 것 같다. 데뷔를 빨리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서 빨리 데뷔하고 싶다.
-포지션 경쟁이 계약할 때 고민되지는 않았나.
다저스가 아닌 팀을 갔다고 해서 경쟁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팀을 가도 내가 일단 첫해에 가는 것이라 어디를 가든 경쟁을 한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다저스를 가서 좋은 경쟁을 해서 자리를 잡고 싶다는 판단을 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거 김혜성의 첫 번째 목표와 최종 목표는.
첫 번째 목표는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서 데뷔하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차차 정하겠다.
-202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함께했던 토미 에드먼이 다저스에 있다.
에드먼은 WBC에서 함께 뛰었다. 막 완전히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같은 내야수다 보니까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번에도 연락을 주고 받았다. 스프링캠프 때 만나자고 했다.
-이정후와 김하성이 타격 조언해 준 게 있을까.
(김)하성이 형도 그렇고, 정후도 타격 쪽으로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선수마다 타격 메커니즘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냥 두 선수 다 '가서 겪어봐라'라는 말을 했다. 빨리 잘 겪어보고 하고 싶다.
-키움 애리조나 캠프에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
시간이 된다면 무조건 가야 하지 않을까.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고 가야 할 것 같다. (키움 동료들이) 다 응원해 줬고, 모두 다 축하해 줘서 정말 감사했다. 올해는 함께하지 못해서 아쉽고, 모든 선수들 다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키움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키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자면.
일단 내가 2017년부터 히어로즈라는 팀에서 뛰게 됐는데, 그때부터 2024년까지 한결같이 열심히 응원해 주신 덕분에 내가 조금씩 성장해서 이렇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 같다. 물론 히어로즈는 아니지만, 미국 가서도 열심히 응원해 주시면 변함없이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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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