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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무모한 FA 신청의 결말은 참담했다. FA 내야수 하주석(31)이 끝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원소속팀 한화 이글스에 남았다. 보장액이 1억원도 안 되는 저가 계약이었다.
하지만 FA B등급인 하주석의 보상 규모를 감당하며 영입하려는 구단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B등급은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과 전년도 선수 연봉의 100% 또는 전년도 선수 연봉의 200%를 보상해야 한다. 한화와 하주석은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돌파구를 찾는 데 뜻을 모았으나 이 역시 쉽지 않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다른 구단이 하주석을 영입하기 주저하는 큰 이유가 B등급 보상 때문인데, 사인 앤드 트레이드도 마찬가지다. 보상 규모가 문제인 선수인데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야 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냉정히 현실을 짚었다.
하주석은 한화가 꽤 애지중지 주전 유격수로 키운 유망주였다. 신일고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해 차근차근 주전으로 성장했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고,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공격력을 갖춘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다. 부상을 제외하면 1군 붙박이 유격수로 꾸준히 중용됐다.
2022년 시즌 뒤 음주운전 징계를 받으면서 하주석의 팀 내 입지가 급속도로 좁아지기 시작했다. 일단 7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2023년 시즌의 절반을 날려야 했고, 그사이 이도윤(29)이 주전을 꿰차며 하주석의 자리를 지워버렸다.
지난 시즌도 마찬가지. 하주석은 개막 때는 주전 유격수로 기회를 얻나 싶었는데, 시즌 초반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이후로는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이도윤은 물론, 신인 황영묵(26)에게도 밀려 벤치 신세였다. 시즌 도중 새로 부임한 김경문 한화 감독은 하주석의 부활을 기대하며 기회를 줬으나 눈도장을 찍기는 역부족이었다. 하주석이 김 감독에게 믿음을 심어줬다면 심우준 영입에 구단이 50억원을 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주석은 팀 내에서 주전으로 나설 수 있는 포지션을 확보하지 못하는 바람에 FA 대박은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 주전이 아닌 상태로 섣불리 FA를 신청한 게 결국 무리수가 됐다. 한화는 냉정히 다음 시즌 1군 주전이 보장되지 않는 하주석에게 큰 금액을 안길 수 없었고, 다른 구단도 각 팀의 유격수들을 밀어내면서까지 한화에서 백업인 하주석을 영입할 근거를 찾지 못해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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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FA 시장에는 미계약자 3명이 남았다. 투수 이용찬(36) 문성현(34) 외야수 김성욱(32)이다. 네 선수 모두 다른 구단이 영입을 시도하기에는 아쉬워 좋은 조건의 계약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용찬은 NC 다이노스의 마무리투수였지만, 지난해 57경기에서 16세이브, 2홀드, 54⅓이닝, 평균자책점 6.13으로 주춤한 시즌을 보냈다. 나이 30대 후반에 FA B등급으로 보상 선수가 있어 타 구단이 영입을 추진하기 쉽지 않았다.
김성욱은 NC에서 주전 외야수로 뛰었고,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은 거뜬히 칠 수 있는 파워를 지닌 타자다. 게다가 FA C등급으로 보상 규모도 작아 원하는 팀이 나타날 것으로 보였는데, 예상보다 경쟁이 없었다.
문성현은 미계약자 가운데 상황이 가장 어렵다. 영입을 원하는 다른 구단이 없는 것은 물론,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마저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아 사실상 방치 상태다. 지난 시즌 42경기에서 1승2패, 3세이브, 2홀드, 38⅓이닝, 평균자책점 6.57로 부진했음에도 FA 권리를 행사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현재 FA 미계약자들과 협상하는 구단들이 한화와 하주석의 계약을 본보기로 삼는다면 하주석의 눈물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도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 특히 남은 3명에게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긍정적인 전망이 전혀 나오지 않는 지금, 역대급 한파가 닥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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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