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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스트라이크가 3%밖에 안 나오더라."
임기영이 지난해 부진으로 조급했던 이유는 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서였다. 선수에 따라 FA 기회가 2~3번 찾아오기도 하지만, 1번 자격을 갖추는 것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임기영은 지난해 마음처럼 시즌이 풀리지 않으면서 FA 권리를 행사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심재학 KIA 단장과 1시간 정도 면담을 한 뒤에 신청서를 냈다. 이 자리에서 임기영은 KIA에 남고 싶다고 강력히 어필했고, 심 단장 역시 팀에 필요한 선수니 꼭 잡겠다는 답을 줬다.
심 단장은 임기영과 약속을 지켰다. KIA는 지난달 21일 임기영과 계약기간 3년, 계약금 3억원, 연봉 9억원, 옵션 3억원 등 총액 15억원에 계약했다. 금액에 이견이 있어 차이를 좁히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임기영이 지난 시즌 부진을 인정하고 더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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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영은 심 단장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는 "1월에 미국에 일찍 가서 트레이닝을 한번 받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단장님께서 내가 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써 주셨다. 미국에서 트레이닝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 기대가 되기도 하고, 몸을 빨리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며 트레드 애슬레틱의 도움을 받았을 때 긍정적 변화를 기대했다.
KBO가 새해에 ABS 스트라이크존을 조정하기로 한 것도 임기영에게는 호재다. KBO 실행위원회는 지난달 초 선수단 설문 조사 결과를 반영해 ABS 스트라이크존을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존 크기의 변화 없이 상단, 하단 모두 0.6% 포인트 하향 조정해 전체가 아래로 이동하는 형태가 된다.
임기영은 "(변화된 ABS 스트라이크존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근데 또 막상 해봐야 알 것 같다. 얼마나 낮아졌는지 직접 봐야 하고, 캠프 때부터 적응을 해야 한다. 예전에 해왔던 것을 조금 버리면서 색다르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기영은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가 2013년 12월 투수 송은범(현 삼성 라이온즈)의 FA 이적 보상 선수로 처음 KIA 유니폼을 입었다. KIA에서는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투수로 이미지를 굳혔다. 2023년에는 불펜으로 완전히 전향해 64경기에서 4승, 3세이브, 16홀드, 82이닝,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임기영은 다시 2023년과 같은 시즌을 보내는 게 목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탈락하면서 팀 동료들과 통합 우승의 기쁨을 함께하지 못한 아픔을 기억하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새해에는 반등에 성공하면서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KIA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임기영은 일단 동료들보다 먼저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는 작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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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