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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지금 당장 1군 불펜으로 뛰어도 손색 없는 공을 던진다. 가능성이 있다."
'이도류(투타병행)'를 펼치던 고교 시절에는 '경북고 오타니'로 불렸다. 투타에서 맹활약하며 경북고를 청룡기 우승까지 이끌었다. 청룡의 해에 청룡을 거머쥔 '미르(순 우리말로 용)'였다.
강한 멘털과 리더십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 결과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예상보다 높은 전체 3번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김태형 감독에겐 두산 시절 김대한이 투타를 모두 욕심내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아픈 기억도 있었다. 때문에 전미르는 프로 입단 이후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배트를 놓고 본격적으로 투수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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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즌초 롯데 불펜이 무너지면서 신인 전미르에게 너무 큰 부담이 쏠렸다. 거듭된 연투 부담이 적지 않았다.
시즌 초반 겁 없이 던질 때만 해도 잘 통했지만, 이후 프로 무대의 현미경 분석에도 직면했다. 차차 흔들리던 전미르는 6월부턴 연신 집중타를 맞았고, 결국 6월 15일 LG 트윈스전을 끝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여기까진 신예 투수들에게 으레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때부터다. 전미르는 올해 퓨처스 등판이 없다. 개막 엔트리에 바로 이름을 올리며 1군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2군으로 내려간 뒤론 등판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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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경기 33이닝 뿐이지만, 연투가 10번(3연투 1번 포함) 있었다. 멀티이닝을 책임진 경기도 9번이나 됐다. 18세 신인이 짊어지기엔 만만찮은 부담이었다.
여기에 2군으로 내려갈 당시 경미한 팔꿈치 통증도 있었다. 전미르는 처음 겪어보는 통증에 크게 놀랐다고. 정밀검사를 통해 병원에서는 아무 문제 없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2군 관계자는 "전미르는 야구선수를 시작한 이래 처음 아파본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두려움이 컸다. 많이 조심스러워했다. 병원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통증은 투수에겐 심리적인 문제일 수 있다.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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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올겨울 샐러리캡 문제로 인해 FA 영입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내부 FA 김원중-구승민을 눌러앉힌데 만족하는 상황이다. 7년간의 가을야구 실패 사슬을 끊고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려면, 전미르 같은 신예들의 스텝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년에는 마운드 위에서 강렬한 직구를 꽂아넣은 뒤 씩씩하게 포효하는 전미르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