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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왜 실패해서 한국에 왔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지난해 KBO리그 NC 다이노스의 에이스로 맹활약한 에릭 페디(31,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2024년 메이저리그에 돌풍을 일으킨 선수로 평가받았다.
MLB.com은 '페디는 2014년 드래프트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에 1라운드에 지명됐다. 당시 워싱턴은 미래에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6)가 될 선수를 손에 쥐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스트라스버그는 워싱턴의 에이스였던 투수로 빅리그 13시즌 통산 113승62패, 1470이닝, 1723탈삼진,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다.
MLB.com은 이어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페디는 워싱턴에서 통산 평균자책점 5.41을 기록해 더는 빅리그에서 함께할 수 없었다. 그래서 2023년 KBO로 떠나는 승부를 걸었다. 2024년 미국으로 돌아온 페디는 전혀 다른 투수였다. 화이트삭스에서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했고,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 이적한 뒤에는 10차례 견고한 선발 등판을 해냈다. 이제 페디는 세인트루이스 선발 로테이션의 핵심이고, 소니 그레이(35)를 제외하면 팀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발투수이기도 하다. 물론 올해 세인트루이스에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페디의 입지가 달려 있기도 한데, 그는 예비 FA 신분이라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앞서 또 한번 이적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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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페디가 한국에 온 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 지난 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20승6패, 180⅓이닝,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해 KBO리그를 완벽히 장악했다. 다승과 탈삼진,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면서 KBO 역대 4번째이자 외국인으로는 첫 번째 투수 트리플크라운의 영광을 안았다. KBO 외국인 투수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남겼고, 자연히 MVP도 그의 몫이었다.
KBO리그에서 에이스로 꾸준히 풀타임을 선발 로테이션을 돈 경험, 그리고 꽤 까다로운 한국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업그레이드한 구종 등이 페디가 미국에서 역수출 신화를 쓴 비결로 꼽히고 있다.
과거 KBO 역수출 신화 대표 사례였던 메릴 켈리(36,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보다 페디의 성장이 파급력은 더 커 보인다. 켈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뛰기 전까지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혀 없는 선수였다. 한국에서 커리어를 발판 삼아 2019년부터 애리조나와 계약해 2선발까지 자리를 잡으며 눈길을 끈 케이스다.
페디의 성공은 최근 2년 사이 메이저리그 경력을 어느 정도 지닌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내년 시즌에는 SSG 랜더스 투수 미치 화이트(30), LG 트윈스 투수 요니 치리노스(31), 두산 베어스 투수 콜 어빈(30), NC 다이노스 투수 로건 앨런(27) 등 어리고 메이저리그에서 제법 많은 경력을 쌓은 선수들이 한국에서 빅리그 복귀를 목표로 활약할 예정이다. 페디는 현재 한국과 미국 모두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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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