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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절치부심을 노리는 전북 현대의 선택은 '거물' 거스 포옛(57·우루과이)이었다.
이 단장은 "국내외의 훌륭한 감독 후보 지도자분들이 많으셨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생갭다 더 많이 레퍼런스를 체크하고 고민했다"며 "구단의 비전과 철학에 대한 높은 공감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장 중요한 선임 기준으로 내세웠으며 포옛 감독이 보여준 축구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 팀을 대하는 열정적인 모습에 깊은 인상과 신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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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성적 부진으로 선덜랜드에서 물러난 포옛 감독은 그리스 AEK아테네, 스페인 레알 베티스, 중국 상하이 선화, 프랑스 보르도, 칠레 카톨리카 등을 거쳤다. 최근까지는 그리스 대표팀을 이끌었다. 특히 한국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도 이름을 올리며, 실제 미팅까지 진행한 바 있다. 잉글랜드, 스페인, 프랑스 등 소위 빅리그를 거친데다, 아시아 무대는 물론,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인 카드다.
이제 관심은 포옛 감독의 성공 여부에 쏠린다. 반등을 노리는 전북은 이정효라는 확실한 카드 대신, 외국인 감독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름값은 분명 대단하지만, 커리어가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포옛 감독은 최근 내리막을 타고 있고, 중국에서도 실패한 바 있다. 루마니아에서 성공을 이어가던 페트레스쿠 감독도 부임 1년도 되지 않아 중도하차한만큼, 당장 성공이 필요한 전북 입장에서 적응과 시행착오를 얼마나 기다려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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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장은 "쉬운 길도 있었지만, 팀의 중장기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결과가 포옛 감독"이라고 했다.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코칭스태프 선임에서부터 의지가 읽힌다. 일단 사단을 데려온다. 15년 간 포옛 감독의 오른팔로 활동한 마우리시오 타리코 수석 코치를 비롯해 불가리스 파나요티스 피지컬 코치, 디에고 포옛 분석코치 등과 동행한다. 디에고는 포옛 감독의 아들이다. 가교 역할을 할 한국인 코치 역시 전북과 인연이 없는 정조국 코치와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출신의 황희훈 골키퍼 코치를 선임했다. 기존의 전북색을 버리고, 포옛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뜻이었다.
포옛 감독은 실용주의적 지도자로 꼽힌다. 탁월한 전술가는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한 변화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낸다. 수비와 밸런스를 강조하는 가운데, 다이렉트한 축구를 선호하지만, 그리스 시절에는 정교한 빌드업 축구도 보여줬다. 전북의 트레이드마크인 '닥공' 스타일은 아니지만, 지난 시즌 수비 붕괴로 고생한 전북을 빠르게 바꿀 수 있는 지도자로 평가된다.
관건은 역시 선수단 장악이 될 전망이다. 전북의 터줏대감이었던 김상식 감독이 떠난 후, 전북은 선수단 안팎에서 크고 작은 잡음으로 고생했다. 최고의 스쿼드를 자랑했지만, 하나로 뭉치지 못한 전북은 강팀의 아우라를 잃었다. 외국인이라는 핸디캡이 있는 포옛 감독이 이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역시 포인트다. 포옛 감독 역시 이를 인지하는 모습이다. 그는 "아시아와 K리그 무대는 감독으로서 새로운 도전"이라며 "축구는 소통과 신뢰가 전술, 전략보다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소통하고 팬들에게 신뢰받아 전북현대가 K리그 최고의 팀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포옛 감독은 이번 주말 입국해,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북 감독으로 첫 발을 뗄 계획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