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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역사상 처음으로 지명타자로 MVP에 오른 오타니 쇼헤이가 투수도 한다는 점을 잊을 뻔했다.
투타 겸업 오타니가 내년 시즌 다시 투수로 나선다. 다만 개막전을 포함해 시즌 첫 1~2주에는 올해처럼 지명타자로만 출전할 전망이다.
이어 그는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예상인데 확정되지는 않았다. 옳은 방향이 아니면 다른 틀어야 한다"면서 "많은 팬들이 실망할 수 있을거다. 우리는 오타니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택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가 (지명타자)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타니가 내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시카고 컵스와의 개막 시리즈에 투수로 나설 수 없다는 설명을 하면서 일본 팬들에게 아쉬운 마음을 전한 것이다. 로버츠 감독도 일본 오키나와 출신으로 어머니가 일본인인 일본계 미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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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지난 10월 27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2루 도루를 하다 왼쪽 어깨를 다쳐 우승의 감격을 뒤로 한 채 수술을 받았다. 미세 손상된 어깨 와순(labrum)을 봉합하는 수술이었다. 이 때문에 내년 시즌 개막전부터 다시 마운드에 올라 투타 겸업을 재개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오타니는 올시즌 마운드에는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LA 에인절스 시절인 지난해 9월 오른쪽 팔꿈치 수술, 즉 생애 두 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는 바람에 투수로는 1년을 통째로 쉬었다. 하지만 타자로 역사상 첫 50홈런-50도루를 달성하는 엄청난 활약을 이어가면서도 투수 재활을 꾸준히 진행해 불펜피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내년 도쿄 개막전 등판에 기대감이 높아갈 무렵, 뜻하지 않은 어깨 부상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투타 겸업을 다시 한다니 매우 설레고 기대된다. 그는 어깨 수술 후 근력 강화와 유지, 전체적인 신체 상태에 따라 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피칭을 재개하게 되면 불펜세션을 하고 그 이후로는 타자들과 만나 타격 연습을 한 뒤 지명타자 준비도 한다. 다른 신체 부위와 융합 재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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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현재로서는 미국 본토 개막전을 지나 4월 중순 정도나 돼야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저스는 내년 3월 18~19일 도쿄돔에서 컵스와 개막 2연전을 치를 뒤 미국으로 돌아가 3월 29~21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홈 3연전으로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간다. 오타니가 시즌 첫 등판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기는 하나, 재활 상태가 얼마나 잘 마무리됐냐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보면 두 차례 정도 로테이션을 거르고 돌아오는 홈경기, 즉 4월 12~14일 컵스와의 홈 3연전 기간 중 시즌 첫 등판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타니가 마지막으로 던진 실전은 2023년 8월 24일이다.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이었다. 당시 2회 투구 도중 팔에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갔고, 그대로 투수로는 시즌을 접었다.
그러나 빅 마켓 구단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저스는 10년 7억달러를 불러 치열한 '오타니 쟁탈전'의 승자가 됐다. 1년 만에 깨지기는 했지만, 당시 전세계 스포츠 역사상 단일계약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의 기록을 세웠다. 첫 시즌에는 투수를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언제가는 투타 겸업이 힘들어진다는 걸 예상하면서도 그런 계약을 한 것이다.
로버츠 감독은 "누군가 투수와 타자로 모두 잘 한다면, 그건 오타니"라면서도 "그러나 이제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공을 던지는데 왼쪽 어깨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대신 투구이닝과 오른쪽 팔꿈치가 가장 커다란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팔꿈치 수술에 이어 어깨 수술이 결국은 투타 겸업에 영항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