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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뼈아픈 패배, 그러나 냉정한 현실이었다.
컨디션 관리에 초점을 맞췄던 타자들은 대만 선발 린위민(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가 적용되지 않은 대만전에서 멕시코 출신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은 타이트하게 적용됐다. 훈련 기간 대다수의 타자들이 '빠른 타이밍에서의 상대 투수 공략'을 해법으로 꼽았지만, 정작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선발 투수 빈곤도 이어졌다.
더 이상 대만은 한국 야구의 '한 수 아래 상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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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패배를 안은 한국 야구, 또 하나의 '거대한 산'과 마주친다.
류중일호는 15일(한국시각)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일본과 조별리그 B조 3차전을 치른다.
한국 야구는 프로 선수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8연패 중이다. 마지막 승리가 2015 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전이다. 2017 APBC에서 예선 첫 경기에서 7대8로 석패했으나, 결승에서 0대7로 완패했다. 2019 프리미어12에선 수퍼라운드 최종전에서 8대10으로 졌고, 결승전에서도 3대5로 고개를 숙였다. 2021년 도쿄올림픽 준결승전에선 2대5로 패한 데 이어, 지난해 WBC 1라운드에선 4대13 대패한 바 있다. APBC에서도 예선 2차전(1대2)과 결승전(3대4)에서 각각 1점차로 패했다. 한때 '일본은 없다'고 큰소리 쳤던 한국 야구지만, 이젠 멀찌감치 격차가 벌어져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일본은 류중일호에 비해 '한 수 위의 상대'다.
일본은 주력으로 여겨졌던 오카모토 가즈마(요미우리)를 비롯해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곤도 겐스케, 야마카와 호타카(이상 소프트뱅크) 등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투-타 핵심 전력이 이탈했다. 이럼에도 NPB(일본 프로야구)에서 두각을 드러낸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꾸렸고, 일찌감치 '우승 후보'로 낙점됐다. 호주와의 B조 1차전에서 13안타로 9득점을 만들면서 일본의 국제 대회 연승 행진을 20경기째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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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류중일호에 마냥 먹구름만 끼어 있는 건 아닌 한일전이다.
부담감은 한국을 상대로 8연승 중인 일본이 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 이어온 한국전 우위를 지키기 위해 무조건 '승리'라는 결과를 내야 한다. 반면 열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국은 '도전자'인 만큼, 후회 없는 승부를 펼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이번 대회 목표로 결선 라운드가 펼쳐지는 '도쿄행 티켓 확보'를 꼽은 류중일호지만, 궁극적 목표가 2026 WBC 및 2028 LA올림픽을 위한 세대 교체, 경험 축적임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일본전에서 바라봐야 할 것은 결과에 연연하는 불안감이 아닌, 세대 교체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해답을 찾는 것이다. 준비한 수를 모두 펼쳐 보이고, 후회 없이 맞붙어 '얻는 게 있는 승부'를 펼쳐야 할 이유다.
타이베이(대만)=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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