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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예기치 못한 우천순연. 하루 미뤄 치러지는 2차전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T와의 준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면서 지친 선수단이 꿀맛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차전 선발을 가장 좋은 카드인 손주영으로 바꿀 수 있게 된 점은 가장 큰 호재. 5차전이 성사될 경우 최원태 대신 손주영을 내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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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선발 레예스의 체력 안배가 가능해졌다.
13일 1차전 때 101구를 던진 레예스는 사흘 쉬고 4차전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2차전 순연으로 하루 더 쉬고 18일 4차전에 등판할 수 있게 됐다. 4일 휴식 후 등판은 미국에서도 익숙하게 해온 등판 간격이다.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선수들에게도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1차전에 어지럼증을 호소했던 주포 구자욱과 왼쪽 목 담증세로 한의원 치료를 받은 만능내야수 류지혁도 하루 휴식 속 컨디션을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비가 오면 안하는 게 좋다. 부상 염려도 있고, 정상적인 경기력이 안 나온다. 여러가지 상황들이 안 좋을 수 있다"며 순리를 강조했다. 이어 "비가 오는 가운데 게임에 들어갔을 때 선발 투수를 쓰고 내일 경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제일 안 좋은 상황"이라며 경기 중 취소를 가장 경계했다. 결국 경기 전 취소가 결정되면서 원태인을 세이브할 수 있게 됐다.
LG쪽에 호재가 조금 더 커보이지만 속단은 이르다.
가장 중요한 승부의 분수령은 2차전. 팀 내 가장 강한 선발인 원태인이 나서는 이날 경기를 잡으면 시리즈를 장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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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위에 그쳤던 삼성은 올시즌 2위로 퀀텀점프를 했다. 시즌 전 어떤 전문가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성과.
비결은 야수진 세대교체 속 신구조화가 이뤄지면서 장타력과 수비력이 동반 상승한 덕분이었다.
삼성은 올시즌 자랑스러운 두가지 팀 1위 기록이 있다. 185개의 팀홈런으로 1위를 기록했다. 구자욱이 커리어하이 시즌을 맞았고, 김영웅 이재현 윤정빈 등 신세대 거포들이 성장했다. 미완의 대기였던 이성규도 홈런타자 반열에 올랐다. 박병호 강민호 등 베테랑도 건재했다.
삼성 약진의 숨은 비결은 탄탄한 수비력에 있다. 팀 최소 실책 1위(81실책)다. 최다 실책 KIA(146실책)와 65개 차이다. 수비율도 0.984로 1위다.
지난해 가을부터 '국민유격수' 박진만 감독의 지휘 하에 수비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재현 김영웅으로 이어지는 3-유 라인이 물샐 틈 없이 강해졌다. 베테랑 2루수 류지혁이 안정감 있게 내야 중심을 잡았다. 수비가 좋은 디아즈와 박병호가 1루를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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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부터 삼성의 물샐 틈 없는 그물수비가 빛났다. 동기생 이재현과 김영웅은 마치 경쟁하듯 몸을 날리는 수비로 덕아웃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윤정빈 등 외야수들도 몸을 던져 안타성 타구를 걷어냈다.
LG 타자들, 특히 주포 오스틴에게 좌절감을 준 호수비였다.
투수들에게는 큰 힘이 된 호수비. 반면, 추격하던 LG벤치에는 답답함과 좌절감을 안긴 그물망 수비였다.
만년 하위팀이 반등할 수 있는 조건은 지키는 야구의 완성이다. 투수력과 함께 반드시 수비력이 향상돼야 가능해진다. 올시즌 삼성은 구슬땀을 흘려가며 상위권 도약의 열쇠였던 수비력 향상을 기어이 이뤄냈다.
가을야구가 좌절된 타 팀들이 내년 시즌 반등을 위해 참고해야 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