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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지난해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엔트리 30명 중 눈에 띄는 인물은 투수 중에선 손주영 야수에선 김범석이었다.
김범석은 치열했던 한국시리즈에서 그나마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던 4차전에 교체로 출전해 첫 안타를 치기도 했다. 손주영은 4차전 9회에 몸을 풀었으나 등판하지 못했고, 결국 30명의 선수 중 유일하게 출전하지 못하고 우승 반지를 받은 선수가 됐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를 벤치에서 경험한 것이 1년 뒤 준플레이오프 첫 승의 밑거름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역대 포스트시즌 첫 등판 승리투수는 국내 투수로는 역대 42번째이고 LG 투수로는 김용수(1990년) 김기범(1990년) 최향남(1998년) 윤지웅(2014년) 이후 5번째였다.
3회말 최원태가 2-2 동점을 허용하고 2사 1,2루의 위기가 이어지자 염경엽 감독이 결단을 내려 손주영을 올렸다. 손주영은 첫 타자인 김상수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해 2-3으로 역전을 당했다. 하지만 이후 8회말 까지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KT 타선을 꽁꽁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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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타선도 곧바로 화답해 5회초 오스틴이 역전 스리런포를 날렸고, 6회초 홍창기의 희생플라이로 6-3으로 리드를 했다. 9회말 유영찬이 투런포를 허용했지만 에르난데스가 올라와 1점차 승리를 막아 손주영의 불꽃 투가 승리로 연결됐다.
손주영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부터 자신감이 넘쳤다. LG에게 3위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지난 9월 21일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서 7이닝 무실점의 인생투를 한 것이 큰 자산이 됐다. 손주영은 "그날은 1회부터 전력으로 던졌다. 그런데 7회까지도 힘이 남아있었다"면서 "코치님이 포스트시즌에서도 두산전처럼 던지면 된다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두산전에서 그런 피칭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밑바탕으로 한국시리즈를 꼽았다. 손주영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그렇게 큰 관중의 응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 충격은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올해 주말 경기에 많이 등판해 매진된 경기에서 많이 던졌는데 한국시리즈때 던지지는 못했지만 불펜에서 경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라고 했다.
준PO 1,2차전서 몸만 풀고 등판은 없었던 손주영은 8일 3차전엔 중간 계투로의 등판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인데 경기전에 취재진을 만나 긴장되지 않냐고 묻자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라며 자신감을 보였고 그말 그대로 마운드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였다.
첫 포스트시즌 등판을 위기 상황에서 올랐고 중요한 경기였는데도 손주영은 "긴장되지는 않았고 설레였다 집중을 했다"면서 "안타를 맞아 (최)원태형 점수를 주게 돼서 죄송했다. 그래도 7회까지만 잘 막으면 역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몸이 좋아서 자신있었다"라고 했다.
손주영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28경기(선발 27경기)에 등판해 9승10패 평균자책점 3.79로 평균자책점 전체 8위, 국내 투수 2위의 엄청난 성적을 올리며 단숨에 LG의 왼손 에이스로 올라섰다. 그리고 두산과의 더블헤더 2차전, KT와의 준PO 3차전을 통해 큰 경기에 강한 '빅게임 투수'임도 증명했다. 염 감독이 미래를 내다보고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함께 한 배려가 1년만에 큰 선물로 돌아왔다.
LG는 아쉽게 4차전에 총력전을 펼쳤으나 11회 연장끝에 5대6으로 패해 5차전에서 마지막 승부를 펼치게 됐다. 64개를 던진 손주영도 이틀 쉬고 중간에 대기를 한다. 손주영이 또 한번의 에이스 피칭을 해준다면 플레이오프가 보일 듯 하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