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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저 자신이 많이 답답했는데…(키움전 호투로)그 중 5% 정도는 풀린 것 같습니다."
재능만큼은 김태형 롯데 감독도 인정했다. 직접 정현수의 투구를 보기 위해 퓨처스(2군) 현장에 다녀올 정도였다.
높은 기대감이 부담으로 바뀐 걸까. 1군에서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첫 등판이었던 4월 1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볼넷만 준 뒤 내려왔다. 선발 데뷔전이었던 6월 2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2⅓이닝 3피안타(2루타 1) 1실점 부진 끝에 조기 교체됐다. 사령탑도 "2군에서 내가 직접 보고 온 모습을 보여주질 못한다. 자신감이 부족하다"며 혀를 찼다.
다시 찾아온 기회가 공교롭게도 또 키움전이었다. 8월 18일 키움전, 선발 이민석이 급격히 흔들리며 2⅓이닝 만에 3실점 교체되자 정현수가 그 자리를 채웠다. 3⅓이닝 1안타 무실점 7K. 말 그대로 인생투였다.
좌완투수인데다 백스윙이 짧고, 공을 길게 끌고 나오기보단 뒤에서 손목 힘으로 끊어던지는 스타일이라 디셉션(공을 감추는 동작)이 좋다. 변화구, 제구력 투수라는 이미지와 달리 이제 직구 구속도 140㎞대 중반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다보니 주무기인 커브도 더 힘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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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구에서 만난 정현수는 이제야 마음속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은 후련함이 엿보였다. 그는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려다보니 경기가 잘 풀렸어요. 운도 많이 따랐죠"고 돌아봤다.
이어 "구속도 좋을 때는 140㎞대 중반까지 나옵니다, 야구를 하다보면 컨디션이 맨날 좋을 순 없고, 안 좋아도 해야되는게 프로 선수죠. 풀어나가는 게 숙제입니다"라는 속내도 드러냈다.
결국 1군 무대는 압박감을 이겨내야 성공할 수 있다. 정현수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항상 좋지 못한 모습만 보여드리고 내려가다보니 아쉬움이 컸죠. '그때 더 세게 던졌으면 어땠을까'하는 후회가 많이 남았거든요. 마음편하게 던지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네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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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환수는 아쉽게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히지 못했지만, 지난해말 롯데에 불펜 포수로 합류했다. 올해 6월부터 1군에서 불펜포수로 공을 받고 있다. 정현수는 키움전 데뷔 첫승 직후 안환수와 뜨겁게 포옹하며 오랜 회포를 풀었다. 두 사람은 원정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한 친구라 저에 대해 너무 잘 알아요. 좋을 때 뭐가 좋고, 안 좋을 때 어떻게 안 좋은지 눈치채고 얘기해주거든요. 실전에선 손성빈, 불펜에선 안환수의 도움이 컸죠."
김태형 감독은 '101승 레전드' 유희관과의 비교에 대해 "유희관보다 직구가 10㎞는 빠르다. 비교하지마라"며 껄껄 웃었다.
유희관과 정현수는 '최강야구'를 통해 깊은 유대를 다진 사이. 정현수는 "은퇴하셨는데도 제구가 진짜 좋아요. 저랑 캐치볼 했을 때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데도 정확하게 제 가슴에 팍팍 꽂히던게 기억납니다"라며 "저 이번에 데뷔 첫승이잖아요. 선발승이고. 유희관 선배님은 1군에서 100승을 넘긴 분이잖아요. 아 이래야 100승 하는구나 새삼 느꼈습니다"라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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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찐부산 사나이, 찐롯데팬이다. 가을야구 도전의 한 축을 책임지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롯데 보면서 꿈을 키웠으니까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구=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