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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꼭 시켜드리고 싶었는데…" 아들과 똑같은 투구폼, 삼대가 만든 생애 최고의 날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4-09-02 09:40


"아버지를 꼭 시켜드리고 싶었는데…" 아들과 똑같은 투구폼, 삼대가 만든…
랜디와 함께 포즈를 취한 노경은과 노경은의 아버지, 아들. 사진=SSG 랜더스

"아버지를 꼭 시켜드리고 싶었는데…" 아들과 똑같은 투구폼, 삼대가 만든…
1일 인천 NC전에 시구자로 나선 노경은의 아버지 노의귀씨. 사진=SSG 랜더스

[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마흔이 넘어 전성기를 연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 SSG 랜더스 노경은이 가족들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이날 시구자는 노경은의 아버지 노의귀씨, 시타자는 노경은의 아들 노권후군이었다. 노경은은 아버지와 아들을 위해 시포자로 특별히 그라운드에 섰다.

노씨 부자 3대가 함께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특별한 이벤트였다. 연습을 마친 후 마운드에 올라간 아버지 노의귀씨는 아들과 비슷한 투구폼으로 먼 거리에서도 원바운드 시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직 어린 아들 권후군도 어린이용 배트를 쥐고 타석에 서서 할아버지가 던지는 공에 맞춰 열심히 스윙을 했다. 시구-시타-시포를 마친 삼부자는 잠시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고, 더그아웃에 서서 지켜보던 SSG 코칭스태프와 선수단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아버지를 꼭 시켜드리고 싶었는데…" 아들과 똑같은 투구폼, 삼대가 만든…
시타자로 나선 노경은의 아들 노권후군. 사진=SSG 랜더스
종종 선수들의 가족이 시구, 시타 행사에 함께하는 일이 있지만, 노경은의 경우 3대가 같이 참여해서 더욱 뜻깊었다. 더욱이 노경은은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선수다. 고교 시절부터 최고의 유망주였지만, 만개하지 못하고 방황의 시간도 가졌다가 방출로 은퇴 위기까지 겪었다. 그러나 기적처럼 반전이 일어났고, 2022시즌을 앞두고 SSG 입단 후 제 2의 전성기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1984년생인 노경은은 올해 40세, 불혹에 접어들었지만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로 맹활약 중이다. 올 시즌 67경기에서 7승5패 31홀드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 중인 노경은은 KBO리그 역대 최초로 2년 연속 30홀드라는 진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평소 "부모님으로부터 탄탄하고 건강한 체질을 물려받아 타고난 것 같다"는 노경은이지만, 구단 내 모두가 인정하는 근면성실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노경은은 이날 "야구 선수 생활을 오랫동안 하면서 꼭 이루고 싶었던 버킷리스트가 아버지에게 시구 기회를 드리는 것이었다. 이루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구단에서 먼저 제안을 해줘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오늘 인생에 있어 가장 뜻깊은 하루가 될 것 같다. 아버지 인생에서도 최고의 영광이고, 우리 가문의 영광"이라며 벅차고 뿌듯한 소감을 밝혔다.

아버지 노의귀씨는 "아들이 현역 선수일때 내 공을 받아주면서 시구를 할 수 있어서 크나큰 영광이다. 또 손자까지 3부자가 야구장에 함께 초청되어 영광을 나눌 수 있어서 우리 가족의 행복이다"라며 구단에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 "경은이가 이렇게 건강하게 선수 생활을 하고, 가정도 잘 꾸리는 것을 보니 우리 집안의 복덩이"라며 자랑스러운 아들을 칭찬했다.

늘 마음 졸이며 아들의 투구를 지켜만 봤을 마운드에서, 아들의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힘차게 공을 던진 아버지. 노경은의 가족들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하나 더 늘었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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