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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른데..." 선수에 져주는 감독, 그런데 1위…꽃감독의 진짜 속내는[광주 토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4-08-28 18:14 | 최종수정 2024-08-29 13:00


"너무 무른데..." 선수에 져주는 감독, 그런데 1위…꽃감독의 진짜 속…
10일 잠실구장. KIA 이범호 감독이 최형우와 대화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7.10/

"너무 무른데..." 선수에 져주는 감독, 그런데 1위…꽃감독의 진짜 속…
19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KIA전. 3회말 무사 2, 3루 이우성의 2루 땅볼 때 득점한 최형우가 이범호 감독의 환영을 받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6.19/

[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 선수 의견이 이길 때가 좀 있다."

1군 복귀전 첫 타석에서 결승 투런포를 쏘아 올린 KIA 타이거즈 최고참 최형우(41)는 이렇게 말했다.

27일 광주 SSG전에서 1군 복귀한 최형우. 하지만 이범호 감독은 당초 그를 이날 엔트리에 복귀시키지 않으려 했다. 아직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달 초 옆구리 근육 미세 손상으로 2주를 쉰 최형우는 재검진 결과 상당 부분 회복됐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후 1군 등록 없이 선수단과 원정 동행하면서 몸 만들기 및 멘토를 자처했다. 23~25일 함평 퓨처스(2군)팀에 합류해 3차례 실전을 소화한 뒤 1군 콜업 OK 사인을 받았다.


"너무 무른데..." 선수에 져주는 감독, 그런데 1위…꽃감독의 진짜 속…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KIA의 경기. 7회 3점 홈런을 날린 KIA 최형우.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6.12/

"너무 무른데..." 선수에 져주는 감독, 그런데 1위…꽃감독의 진짜 속…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KIA의 경기. KIA 최형우가 5회 2사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최형우는 이 안타로 두산 이승엽 감독을 제치고 KBO리그 최다 루타 신기록 4078루타를 달성했다. 이닝 종료 후 이범호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는 최형우.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6.12/
하지만 이 감독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했다. 적은 나이가 아닌 최형우를 이른 시기에 복귀시켰다가 더 큰 탈이 날까 우려하는 눈치였다. 최형우는 이런 이 감독의 시선에 "전혀 문제 없다"며 복귀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복귀 첫 경기 첫 타석에서 아치를 그리면서 문제 없다던 최형우의 호언장담이 결국 증명됐고, 이 감독의 우려는 기우에 그친 셈이 됐다.

최형우는 "감독님 입장에선 데리고 있는 선수다 보니 안전한 걸 원하실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베테랑 선수들이 (감독님 의견에)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결국 감독님 보다 선수들 의견이 우세할 때가 더러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최형우가 홈런 치는 모습을 보니) 괜히 고민 했었나 싶더라"고 웃은 뒤 "고참급 선수들은 부상 후 1주일 정도는 조심하며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그냥 만들어진 고집은 아니다.


"너무 무른데..." 선수에 져주는 감독, 그런데 1위…꽃감독의 진짜 속…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와 LG의 경기, KIA가 4대0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스윕을 달성했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네일과 이범호 감독의 모습.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08.18/

"너무 무른데..." 선수에 져주는 감독, 그런데 1위…꽃감독의 진짜 속…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와 키움의 경기, KIA가 12대1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 승리를 따낸 양현종이 이범호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08.15/
현역과 지도자를 거치며 숱한 국내외 지도자와 함께 호흡했던 이 감독은 "선수와 부딪치거나, 강성으로 끌고 가거나, 과감하게 내치는 감독님들의 모습을 많이 봤다. 그런데 장점은 없더라. 소통하고 인정하고, 납득이 안되면 다시 대화해 답을 찾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급하다. 하루 빨리 (팀 중심 타자를) 4번 자리에 놓고 싶지만, 그래도 하루 이틀 늦추는 게 낫다고 봤다. 그냥 '올라와', '내려가' 하면 그 안에서 미묘한 감정이 생기고 나중엔 큰 골이 된다"며 "주변에선 '좀 더 강하게 끌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 하지만, 그러면 안 좋은 면이 많을 것 같다. 팀에 도움되는 방향이 우선이지, 권위를 앞세워봤자 좋을 게 없다"고 강조했다.


'군사부일체'로 대표되는 수직적 관계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통해 최선의 답을 찾는 게 옳은 길이라는 점은 여러 성공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페넌트레이스를 넘어 V12를 향해 달려가는 KIA.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관계가 진정한 소통이자 힘이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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