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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1시간40분을 기다렸다 다시 투구를 준비했는데 또다시 비가 쏟아졌다. 아쉬움만 남은 고별전이었다.
LG는 새 외국인 투수와의 계약이 합의에 도달하자, 19일 경기 도중 켈리에게 결별을 통보했다. 구단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상황을 설명했고, 켈리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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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켈리가 구단에 한가지 부탁을 했다. "등판을 하기 전까지 최대한 공식 발표를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고, 구단 역시 6시즌 동안 함께한 켈리에게 최대한 예우를 갖춰주려고 노력했다.
20일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염경엽 감독은 "어제 결정이 났다. 켈리 등판을 안시키려고 했었는데,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켈리는 5년 이상 우리팀에서 뛴 선수다. 켈리를 위해 마지막을 어떻게 잘해줄까 고민을 하다가 프런트와 상의를 했다. 본인이 생각이 있다면 던지게 해주는게 가장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 켈리에게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미리 설명을 했고, 팬들과 인사할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한다고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
켈리는 이날 밝은 얼굴로 등판을 준비했다. 워밍업을 하기 위해 외야로 이동할 때부터, 그와의 결별 소식을 들은 팬들이 켈리 이름이 적힌 저지를 들고 이름을 연호했고 그 역시 팬들에게 밝은 미소와 손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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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는 침착하게 호투를 펼쳤다. 1회초 선두타자 정수빈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고, 조수행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강승호까지 2루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2회에는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양석환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고, 이어 박준영에게 단타를 허용한 후 김기연 타석에서 병살타 유도에 성공하면서 이닝을 끝냈다.
5시즌이 넘는 시간 동안 켈리와 많은 추억을 쌓은 LG 타자들은 1회부터 집중력있는 공격을 펼쳤다. 1회에만 오스틴 딘의 투런 홈런, 문보경의 솔로 홈런 등 홈런 2방으로 3점을 뽑은 LG는 2회에도 집중타가 터지면서 6-0으로 크게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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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3회초 도중 멈춘 경기는 한시간 가까이 대기했고, 비구름이 지나가자 심판진은 경기 속개를 진행했다. 그라운드 정비가 시작됐다.
켈리는 경기 속개 가능성이 비치자 더그아웃 뒤켠에서 잠시 팔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 마지막 경기인만큼 전력을 다해 끝까지 투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그리고 불펜 피칭까지 마친 후 투구 재개를 준비했다. LG 구단 관계자는 "켈리가 해당 이닝까지는 마치고 싶다는 의지를 본인이 강력하게 드러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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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후 8시28분 심판진이 다시 나와 그라운드 상태를 살폈고, 오후 8시29분 노게임이 선언됐다. LG는 6-0으로 앞섰던 모든 기록들이 비에 사라졌고, 켈리의 고별전 등판 기록도 사라졌다.
LG 선수들은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며 경기 종료를 알렸다. 켈리는 오스틴, 엔스 등 동료들과 포옹을 나눴고, 1루와 3루측 관중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LG 선수들도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 켈리에게 진심이 담긴 박수를 보냈다. 관중들은 목청껏 켈리의 이름을 연호했다.
켈리와 끌어안은 후 포수 박동원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고, 상대팀인 두산 선수들도 한명씩 차례로 나와 켈리와 악수, 포옹을 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켈리도 내리는 비를 맞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