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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경찰청 시절이던 2018년 퓨처스리그 홈런왕 이성규(31). 71경기에서 무려 31홈런을 날렸다.
삼진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려다 시행착오를 겪었다. 2시즌 동안 홈런은 단 1개. 지난해 타율도 2할7리, 홈런은 단 하나에 그쳤다. 시범 14경기에서 5개의 홈런으로 시범경기 홈런왕에 오르며 한껏 기대를 모았던 시즌이라 실망감이 더욱 컸다.
큰 위기감 속에 맞은 2024시즌. 김재혁 윤성빈 등 젊은 외야수들의 도전 속에 생존 문제가 됐다.
시즌 초반 한정된 기회 속에서 주춤하던 이성규는 4월 중순부터 대폭발 했다. 특유의 한방을 앞세워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4일 NC전 생애 첫 멀티홈런이 신호탄이었다.
이후 14경기에서 3할5푼1리 타율에 5홈런 13타점. 13안타 중 홈런이 5개, 2루타가 3개로 8개가 장타다. 장타율이 무려 0.83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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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도 많지만 그렇다고 갖다 맞히는 스윙은 사절이다. 언제든 시원시원하게 돌리고 들어온다. 풀스윙 속 배트에 스치면 장타가 터지니 상대 배터리 입장에서는 무섭지 않을 수가 없다.
5월의 첫 날, 봄날의 잠실 구장 밤하늘도 이성규의 한방이 아름다운 아치를 그렸다.
두산전, 브랜든-이호성 선발 매치업이 불리해보였지만 이호성의 호투와 타선의 후반 집중력으로 9대2 대승을 이끌었다.
7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성규는 2회 첫 타석에서 브랜든의 슬라이더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두번 당하지 않았다. 5회 선두 타자로 나와 슬라이더를 힘차게 당겨 좌전안타를 날렸다.
2-2 동점을 만든 6회 무사 만루 찬스에서는 바뀐 투수 최지강의 투심을 깨끗한 중전 역전 결승 적시타로 연결지었다. 끝이 아니었다. 6-2로 앞선 7회 2사 12,루에서는 김명신의 높은 커브를 찍어치듯 거침 없는 스윙으로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괴력을 과시했다. 쐐기 3점 홈런. 이성규의 시즌 5호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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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진만 감독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고, 옆자리 이병규 수석 코치도 이성규의 찍어치기 스윙을 따라하며 흥겨움을 감추지 못했다. 캡틴 구자욱, 고참 강민호, 김헌곤 등 베테랑과 신예 구분 없이 제 일 처럼 기뻐했다. '착한 남자' 이성규의 성실한 노력의 결실임을, 또한 너무나도 힘들었던 시간의 무게를 떨친 결과임을 알기에 진심 어린 축하를 해줄 수 있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고 방향성을 잡은 현재. 반짝 활약이 아닐 공산이 매우 높다.
발상의 전환. 삼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쳤다. 선수의 말은 긍정적 전망에 힘을 싣는다.
"생각을 또 바꿨어요. 저는 단타를 치고. 갖다 맞히고 이런 타자가 아니니까 삼진은 자연스럽게 따라 오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처럼 삼진 먹으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버린 것 같아요."
시행착오 끝 가장 편안했던 타격 폼으로 돌아왔다. 가장 많은 10개의 홈런을 쳤던 2020년 버전이다.
"예전 홈런 10개 쳤던 2020년도 그 때의 타격 폼으로 돌아온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경기를 계속 나가다 보니까 결과가 나오고,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기니까 변화구 대처도 잘 되는 것 같아요."
거포 이성규의 거침 없는 풀스윙. 유망주의 성장도 의미 있지만, 포기 없는 노력으로 활짝 피운 늦게 핀 꽃의 아름다움도 야구를 통해 보는 인생의 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