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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예상 외였다. 기대 이상이다.
강백호는 지난 3월 31일 대전 한화전서 8회말 대수비로 포수 출전하면서 포수 전환의 서막을 올렸다. 지난 2일부터 본격적으로 포수 훈련을 시작했고, 3일과 4일 이틀 연속 수원 KIA 타이거즈전서 8회초 포수로 대수비 출전을 했다. 고교 시절 이후 포수를 본적이 없기 때문에 훈련을 하고 대수비로 나가면서 포수로서 경험을 쌓는 과정이었다.
선발 출전할 날이 언제일지 궁금했는데 장성우가 부상을 당하면서 그날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다.
이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장성우가 출전하지 못한다면 두번째 포수인 김준태가 선발 출전하는 것이 정상적인 기용법. 하지만 이 감독은 이참에 강백호의 가능성을 보기로 했다. 마침 이날 선발이 고졸 신인 원상현. 강백호도 부담을 줄이고 나설 수 있다.
이 감독은 강백호의 포수 출전에 대해 은근히 기대하는 모습. 이 감독은 "포수 출전한 것을 TV로 봤는데 프레이밍도 잘하더라. 안정감이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박찬호 도루 할 때 벤치에서 피치아웃 사인을 줬는데 백호가 못봤더라. 공도 제대로 못잡아서 송구가 잘못 날아갔다고 하더라"면서 "벤치 사인도 봐야하고, 수비수들에게 사인 줘야하고…. 오늘 아마 정신 없을 거다. 그래도 차차 적응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백호가 어떻게 원상현을 리드할지, 원바운드 공에 블로킹을 잘할 수 있을지, LG 주자의 2루 도루를 잘 잡을 수 있을지, 번트 등의 작전에 수비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한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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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홍창기에겐 오히려 1,2,3구 연속 커브를 던지게 했다. 오히려 포수를 하지 않았던 선수여서 신선한 볼배합을 보였다.
2회말 강백호의 블로킹을 볼 수 있었다. 무사 만루서 8번 문성주에게 던진 초구 커브가 원바운드가 되자 바로 블로킹을 했다. 1사 2,3루서 홍창기 타석 때 원바운드 투구 때도 프로텍터로 잘 막았다. 자세도 일반적인 포수와 다름 없는 블로킹 자세로 7년만에 포수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 경기의 해설을 맡은 이대형 해설위원도 "블로킹 자세는 완벽하다"라고 칭찬.
2회말 위기에서 공격적인 볼배합도 보였다. 2-3으로 역전된 뒤 이어진 무사 2,3루의 위기에서 박해민과 맞선 강백호는 1B에서 2구째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이어 원상현에게 3구째 몸쪽 직구를 요구했는데 바깥쪽으로 날아왔다. 146㎞의 직구를 박해민이 쳤으나 파울. 강백호가 곧바로 승부했다. 바깥쪽 커브를 유도했고, 제대로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며 루킹 삼진.
2번 홍창기와는 2B1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직구가 아닌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파울을 유도. 그리고 곧바로 높은 직구로 헛스윙을 끌어냈다. 삼진.
3회말엔 처음으로 LG가 도루 시도를 했다. 2사 1루서 박동원 타석 때 1루주자 문보경이 2루로 달린 것. 볼카운트 2S에서 4구째 커브가 하필 손에서 빠져 높게 날아왔다. 놀란 강백호가 점프해서 잡았는데 강백호는 공이 뒤로 빠진 줄 알고 2루 송구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뒤를 돌아봤다. LG와 강백호의 첫번째 도루 전쟁은 승부도 못해보고 LG의 승리.
강백호는 이후 박동원과의 대결에서 4개 더 커브를 요구했고 결국 헛스윙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공이 프로텍터를 맞고 옆으로 튀어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상태가 됐으나 곧바로 공을 잡아 1루로 송구해 3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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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말 도루 1위 박해민과 도루 승부 기회가 생겼지만 이번에도 강백호는 2루에 던지지 못했다. 7-6으로 쫓긴 6회말 2사 1루 홍창기 타석. 초구에 피치아웃을 하며 박해민의 도루 시도를 견제. 1B1S에서 3구째 이상동이 포크볼을 던질 때 1루주자 박해민이 2루로 달렸다. 원바운드된 공을 강백호가 잡고 던지려 했으나 이내 포기. 이미 박해민이 2루에 거의 다다랐다. 이어 홍창기의 우전안타가 터져 7-7 동점이 됐다.
9회말 강백호는 뒤쪽으로 날아가는 팝플라이 수비도 선보였다. 선두 김현수의 파울 플라이를 쫓아가 뒤로 넘어지면서 잡아냈다. 강백호는 연장 10회말 김준태로 교체됐다.
블로킹, 팝플라이 등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나무랄데가 없었다. 다만 변화구 포구에서 불안한 면이 보였고, 2루 도루 저지는 제대로 던지지 못해 알 수는 없었다. 전반적으로 충분히 포수로서 가능성이 보였다.
강백호는 경기 후 "실수 많이 할까 걱정했는데 투수들이 너무 잘해서 내가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이겨서 정말 다행이다. 좋은 투수들인데 나 때문에 불안해서 공이 안좋았나 싶기도 했다. 아직 부족하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