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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충격적 난조였다.
곽도규는 고조노를 7구 승부 끝에 삼진 처리하면서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런데 다쓰미 타석에서 바깥쪽 직구들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했고, 결국 볼넷 출루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는 일본 4번이자 우타자인 모리시타. 불펜에 우완 이영하가 준비하고 있었던 만큼, 곽도규가 마운드를 내려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한국 벤치는 곽도규를 그대로 밀고 가는 쪽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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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규는 마운드를 내려온 뒤 더그아웃 한켠에서 초조하게 이영하의 투구를 지켜봤다. 그러나 이영하가 적시타를 내주자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고, 눈물까지 보였다.
경기 뒤 버스로 향하는 곽도규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취재진이 대화를 시도했지만, 곽도규는 고개를 숙인 채 그대로 버스로 향했다.
프로 데뷔 2년차 곽도규는 올해 V12를 이룬 KIA의 필승조였다. 흔치 않은 좌완 사이드암으로 큰 각의 커브와 빨랫줄 같은 직구가 주무기. 특히 공격적인 투구를 앞세워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내왔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서도 필승조 역할을 맡아 4경기 모두 구원에 성공했고, 2승을 따내기도.
일본 타자들도 곽도규의 커브에 좀처럼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미세하게 벗어난 직구를 참고, 조금이라도 안쪽으로 들어오면 집요하게 커트했다. 한국 투수들의 공을 철저하게 연구한 모습이었고, 그대로 실행하면서 확실히 높은 수준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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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프로 데뷔 2년차. 여전히 던질 날이 많은 어린 투수다. 훗날 다시 찾아올 대표팀에서의 기회, 또 다시 마주칠 수도 있는 일본에게 성장으로 갚아주면 된다.
타이베이(대만)=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