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가 시범경기 첫날 2연패의 희망을 봤다. 가장 중요한 외국인 원투 펀치가 실력을 보여줬다.
총액 100만달러에 계약하고 처음으로 국내 팬들에게 선을 보이는 엔스의 첫 등판. 어떤 공을 뿌릴지 궁금했다. 애리조나 캠프의 연습경기에선 올시즌 결정구로 쓸 체인지업이 아직은 덜 완성된 듯한 모습이어서 걱정을 했지만 기우였다.
엔스는 이날 4이닝 동안 투런 홈런을 맞고 2점을 내줬지만 무려 8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을 뽐냈다. 4안타 1볼넷 8탈삼진 2실점을 기록. 최고 구속은 148㎞를 찍었다.
2회초 선두 박병호에게 첫 안타를 맞은 엔스는 5번 강백호를 곧바로 투수앞 병살타로 연결해 위기를 지웠다. 6번 황재균은 볼카운트 2B2S에서 커터로 헛스윙 삼진.
엔스는 3회말 선두 7번 박경수를 143㎞의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은 뒤 8번 강현우도 커터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끈질긴 9번 김상수와 풀카운트 승부를 펼치며 7구째 볼로 볼넷을 허용했지만 1번 배정대를 이번엔 커브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 이닝을 마무리했다.
4회말 첫 실점을 했다. 선두 김민혁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았지만 로하스를 3루수앞 땅볼,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 2아웃까지 만든 엔스는 강백호에게 홈런을 맞고 말았다. 2B1S에서 4구째 던진 커터가 가운데로 몰렸고, 강백호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6번 황재균에게 3루수 내야안타를 허용했지만 박경수를 커터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이날의 피칭을 마무리.
이날 총 64개의 공을 던진 엔스는 최고 148㎞의 직구를 27개 던졌고, 커터 17개, 체인지업 10개, 커브 9개, 슬라이더 1개를 던졌다. 듣던대로 직구의 구위가 매우 좋았고, 커터가 우타자에게 잘 먹히면서 삼진을 많이 뺏어냈다. 제구력 역시 안정적이어서 스트라이크존이 일정한 ABS에 맞는 투수로 보여졌다.
|
|
선두 김민혁을 초구에 좌익수 플라이로 잡은 켈리는 로하스를 142㎞의 직구로 루킹 삼진을 뺏어냈고, 4번 문상철은 직구 3개를 연달아 던져 2루수 플라이로 끝냈다. 7회말엔 홈런쳤던 강백호를 123㎞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처리한 뒤 6번 이호연을 직구로 루킹 삼진으로 처리해 세 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했다. 7번 천성호를 1루수앞 땅볼로 처리해 첫 등판을 끝냈다.
2이닝 동안 무안타 3탈삼진 무실점의 퍼펙트 피칭. 투구수 23개에 불과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3㎞에 불과했지만 구위가 좋아 타자들이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그동안 1선발 역할을 해왔던 켈리를 2선발로 돌리고 엔스를 1선발로 영입했다. 왼손 투수인데다 빠른 직구의 구위가 좋고 변화구의 제구력도 좋아 지난해 일본에서 재계약을 하지 못하면서부터 LG가 계약에 열을 올렸다. 염 감독은 KBO에서 성공하기 위해 확실한 결정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체인지업을 주문했었다. 그리고 한국 타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피칭 디자인도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 첫날은 합격점을 줄만했다. 염 감독도 "강백호에게 맞은 커터를 제외하고는 효과적인 피칭을 했다"면서 "우타자에게 던진 커터가 콘택트 존에 걸리지 않는 구종 가치를 보여준게 수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켈리는 2019년에 KBO리그에 와 지난해까지 5년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LG의 에이스였다. 2022년엔 16승4패로 첫 다승왕에도 등극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전반기 부진해 구단에서 교체를 생각하기도. 후반기에 되살아나 10승을 채웠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호투를 보이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특히 염 감독은 한국시리즈 중 켈리와 재계약 의사를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염 감독은 그가 슬럼프 탈출을 위해 노력하고 코칭스태프가 구종 가치가 떨어진 체인지업보다 포크볼을 던지는게 어떻냐는 제안에 연습해서 한국시리즈를 앞둔 청백전에 던지면서 그의 의지를 보여준 것을 높이 샀다. 켈리는 이날 시범경기서도 포크볼을 5개를 던지면서 실전 테스트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제껏 1선발이었던 켈리는 이제는 1선발 자리는 엔스에게 넘기고 외국인 2선발로 나선다. 1선발로 상대 에이스들과 맞대결을 펼치기엔 구위 등이 예전보다는 떨어졌기 때문. 그래도 5년간 KBO리그에서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실력과 매년 변화하며 상대 타자들의 도전을 이겨낸 운영 능력은 2선발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구단 첫 2연패를 노리는 LG로선 외국인 선발 투수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시범경기 첫날 둘이 자신들의 강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