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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이번 FA 시장은 역대 가장 '유별나다(unique)'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A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리한 건 선수들이다. 수요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넬과 몽고메리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5일 "지난 주 새로운 4팀이 연락을 해와 스넬과 몽고메리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물론 스프링트레이닝 동안 메가톤급 계약을 이룬 사례가 있다. 2019년 2월 22일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0년 3억달러), 같은 해 3월 1일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 13년 3억3000만달러)가 대표적이다. 하퍼의 에이전트는 보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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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 가운데 아쉬움이 더 큰 선수는 벨린저다. 2019년 내셔널리그 MVP에 오르며 한때 4억달러 계약을 노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2020년 이후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장기 플랜에 치명타를 입었다. 다저스에서 내쫓기듯 나와 지난해 컵스와 계약한 벨린저는 130경기에서 타율 0.307, 26홈런, OPS 0.881을 마크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보라스는 총액 2억달러 이상 계약을 자신했고, 벨린저도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의외로 냉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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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스는 지난해 9월 ESPN 인터뷰에서 "제드 호이어 컵스 사장을 비롯해 구단 관계자들에게 내가 강조한 게 있다. 3년 동안 OPS가 0.80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고 0.900~1.000를 유지하면서 신인왕과 MVP에 오른 선수가 갑자기 OPS가 0.550~0.650으로 떨어진다면, 그건 분명히 기술(기량) 문제가 아니다"며 "코디는 어깨 수술을 받은 뒤 힘이 떨어졌을 뿐이다. 제드는 이에 동의했다. 건강한 코디는 5툴 MVP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보라스가 강조한 벨린저의 '셀링 포인트'였다. 하지만 벨린저가 실제보다 과대 포장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벨린저의 배트 스피드가 현저히 느려져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양키스가 벨린저에 등을 돌린 결정적인 이유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이탈한 팀은 역시 양키스다. 샌디에이고와 트레이드 협상을 벌이더니 12월 초 후안 소토를 영입해 벨린저 시장에서 물러났다. 이어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를 6년 1억13000만달러의 거액을 주고 데려와 리드오프 및 중견수 문제를 해결했다. 12월 말에는 토론토가 내부 FA 케빈 키어마이어와 1년 1050만달러에 재계약하며 창구를 닫았다. 소토, 이정후, 키어마이어 모두 해당 구단들이 찾던 좌타 외야수들이다.
이런 와중에도 샌프란시스코는 벨린저에 대한 관심을 끊지는 않았다. 그러나 스프링트레이닝이 시작되고 나서 호르헤 솔레어에 이어 채프먼을 영입하며 타선과 수비에서 부족한 부분을 모두 채웠다. 결국 샌프란시코가 벨린저를 포기한 결정적 계기는 이정후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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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를 데려오면서 결과적으로 벨린저의 시장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는 얘기다. 결국 보라스는 옵트아웃을 넣는 방법으로 차선의 계약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 영입은 성공으로 판명날 듯하다.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연일 맹타를 터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력 매체 머큐리 뉴스는 5일 이정후가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하자 'SF 자이언츠의 새 리드오프 이정후가 뜨겁다. 캑터스리그 연속안타 행진을 5경기로 늘렸다'며 '자이언츠는 지난 겨울 라인업 선봉 안정을 희망하며 이정후와 계약했다. 지금까는 그는 기대대로 해내고 있다'며 '이날 현재 이정후의 슬래시라인 0.462/0.533/1.302를 마크하고 있다. 샘플 사이즈가 작지만, 작년 9명의 리드오프를 쓴 뒤 이정후와 6년 1억1300만달러에 계약한 자이언츠에는 매우 고무적인 신호'라고 논평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