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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작지 않은 공간에 거친 숨소리가 메아리쳤다. 평일 한낮임에도 십수명의 선수들이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금은 '메이저리거' 류현진(FA)을 비롯.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KBO 최고 투수 안우진(키움), 심준석(피츠버그 파이리츠) 등 10여명의 프로선수, 100명에 가까운 아마추어 선수들을 관리하는 대형 재활센터 겸 아카데미로 급성장했다. 분야별로 이범준(투수) 김지성(타격, 수비) 강상원(외야, 주루) 코치가 합류했고, 트레이너도 5명이 추가됐다.
'야구 사교육'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시대지만, 아카데미기 너무 잘 되다보니 프로구단 러브콜을 받고도 엄두가 안날 지경이다. 그는 "처음엔 이렇게 크게 할 생각이 없었는데…"라며 웃은 뒤 "항상 기본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린 자기가 가장 좋을 때의 모습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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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교-프로팀과 야구 아카데미의 가장 큰 차이로 '데이터의 양'을 꼽았다. 조학림 트레이너가 LG에 몸담았던 18년간 토미존(팔꿈치 내측인대 교환, 재건 수술) 수술을 받은 선수는 26명이었다. 하지만 김광수 코치는 센터 개관 4년 동안 무려 104명의 토미존 환자가 거쳐갔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에만 7~8명이 찾아왔다.
훈련량 자체는 과거보다 크게 줄었는데, '구속 혁명' 등 프로 선수에게 요구되는 과부하는 더 늘었다. 선수들의 내구성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어느덧 프로 투수의 통과의례 처럼 흔해진 수술이지만, 운동선수의 몸에 칼을 댄다는 게 쉬운 결정일 리는 없다.
지난해 연말 기준 하루에 훈련하러 온 선수만 79명, 그중 36명이 투수였다. 태블릿PC에 꽉꽉 채워진, 그 선수들의 좋을 때와 나쁠 때, 재활을 하며 회복해가는 모습을 기록한 영상이 센터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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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한화-KIA에서 불펜투수로 활약했던 그는 프로 시절 '미완의 대기'로 불렸다. 17년간 프로 선수로 뛰었고, 은퇴 직전까지 140㎞대 후반의 직구를 던졌지만 미완의 꼬리표를 끝내 떼지 못했다. 34세 시즌인 2015년에는 KIA에서 54경기 2승6패 7세이브14홀드 평균자책점 5.16을 기록하며 짧은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아쉽게 끝난 선수 시절에 대한 미련이 이렇게 아카데미 운영으로 이어졌다.
프로 시절에도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선수'로 유명했다. 심한 부상 없이 오랫동안 뛴 비결이다. 바둑에도 인공지능(AI)이 제시한 정답이 있는 시대지만, '야구는 다르다'는 게 김광수 코치의 지론이다. 그는 "장비도 좋고, 이론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건 선수를 발전시키기 위한 도구죠. 선수를 거기에 맞추면 안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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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도 류현진의 훈련 파트너로 함께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김광수 코치는 "간혹 (류)현진이가 어린 선수들한테 좋은 얘기도 해주고, 노하우를 전수할 때가 있는데, 어색해 하다보니 놓치는 게 많은 것 같다. 흔치 않은 기회니까 꼭 귀담아 듣길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