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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우승으로 바쁜 일정에도 팬과의 약속은 '1순위'였다.
LG는 정규시즌을 1위로 마쳤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성공했다. 29년 만에 우승 한풀이에 성공했다.
한국시리즈 MVP는 오지환이었다. 오지환은 3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등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3할1푼6리 3홈런 8타점으로 맹활약을 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9개월 전 팬과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오지환은 아내 김영은 씨와 공동으로 결혼식 사회를 봤다. 오지환은 구단을 통해 "미디어데이 때 공약한 통합우승을 이루고, 개인적으로는 MVP를 받고서 팬의 결혼식 사회까지 볼 수 있어 기분 좋게 한 해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 약속을 지킬 수 있어 정말 기쁘고 팬분의 결혼을 더욱 행복한 마음으로 축하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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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마구마구 리얼글러브 어워드'. 오지환은 결혼식 이야기에 "무엇이 이슈가 됐나"라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오지환은 "미디어데이 때 했던 약속이었다. 계속 그 팬과 이야기가 됐고,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정말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한 일"이라고 말했다.
결혼식 사회가 어색하지는 않았을까. 오지환은 "(정)주현이 결혼식 때 사회를 보긴 했다. 아내가 아나운서 출신이라서 같이 보자고 했다. 아내가 진행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라며 "소개를 하고 사진을 많이 찍어드렸다"고 이야기했다.
오지환은 "특별한 것인지 모르겠다. 약속한 걸 지켰을 뿐"이라며 "LG팬이었기에 당연히 해드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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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구본무 전 LG 그룹 회장은 1998년 해외 출장 중 "우승하면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라"며 8000만원짜리 롤렉스 시계를 구입해 전달했다. 그러나 구 전 회장은 시계의 주인을 못 본 채 눈을 감았다.
오지환은 우승 직후 시계에 대해 "선대 회장님의 유품이다. 내가 찰 수 없다. 구단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지환은 우승 축승회에서 시계를 한 번 차본 뒤 구광모 구단주에게 돌려줬다. 구 구단주는 "캡틴의 그 마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그 뜻을 담아 '한국시리즈 MVP, 캡틴 오지환'의 이름으로 의미 있게 전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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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승의 순간은 오지환에게 짜릿함으로 남아있다. 오지환은 "우승 순간은 혼자 잠잘 때만 생각한다. 영상을 다시 돌려보면서 어떤 마음이었을지 생각해보고 있다. 그 순간 집중했던 만큼, 내가 한 것보다 다른 선수들과 팬, 더그아웃 분위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우승에만 취해있지는 않았다. 오지환은 "이미 끝난 것이고 29년 만에 우승했지만 우승한 걸로 기분 좋게 마무리하자는 생각"이라며 "과거가 된 것이고 현재가 중요하다.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