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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사석에서는 강철이 형." vs "염경엽 감독이라 꼭 올라오고 싶었다."
주축 야수인 박병호, 박경수, 배정대가 대표적이다.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도 LG 오지환과 임찬규가 자리를 함께한 박경수에 대해 "경수 형과 함께 한국시리즈를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박경수 역시 "유니폼 색깔은 다르지만, 최고의 무대에서 즐겁게 플레이 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 바로 LG 염경엽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의 인연이다. 서로를 너무 잘 안다. 두 사람은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다. 이 감독이 3학년 때, 염 감독은 1학년 신입생이었다. 이 감독은 프로에서 최고 잠수함 스타 플레이어로 명성을 날렸다. 염 감독 역시 아마추어 당시 명 내야수로 명성을 떨쳤지만 프로 생활은 이 감독 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 번 더 역전극이 일어났다. 염 감독이 SK 지휘봉을 잡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도 우승은 하지 못한 반면, 이 감독은 KT 감독이 된 뒤 승승장구하며 결국 2021 시즌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오랜 인연의 두 명장. 드디어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게 됐다.
구단의 자존심도 걸렸지만, 선후배 간 개인적 자존심도 걸린 중요한 승부다.
미디어데이 행사에 나란히 참석한 두 명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신경전 보다 덕담을 나눴다.
염 감독은 "사적인 자리에서는 강철이 형이다. 이렇게 한국시리즈에서 만나 기분이 좋다. 문제는 나에 대해 너무 잘 아신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껄끄럽다. 그래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도 "플레이오프를 하기 전부터, 염 감독과 함께 최고의 무대에서 경쟁하고픈 생각을 했다. 플레이오프 2패를 하고, 그 때부터는 아무 생각 없이 이겨야 한다는 생각만 하다, 이렇게 한국시리즈에 올라오니 염 감독이 생각났다. 꼭 올라오고 싶었다. 기쁘다"고 화답했다.
서로가 보는 서로의 매력은 무엇일까.
염 감독은 "KBO리그 명장으로 자리를 잡아가시는 것 같다. 스타 출신이지만, 누구보다 야구 공부를 많이 하시고 배우려는 마음이 크셨다. 계속해서 한국 야구 감독들의 리더로, 우리들을 이끌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내가 3학년이고, 염 감독이 1학년이라 둘이 접촉할 일도 없었다. 그런데 수석코치로 함께 하니 정말 깐깐하다, '이래서 감독이 됐구나' 생각을 했다. 코치로 4년을 하며 많이 배웠다. 그 4년의 시간이 나에게 엄청난 결과물을 가져다준 것 같다. 그만 좀 하라고 해도 맨날 야구 생각만 한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으로 음식 좀 잘 드셨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염 감독은 평소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음을 전폐하며 고민하는 스타일이다. 그 스타일도 잘 아는 선배의 따뜻한 메시지였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