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디 빼면 No.1 GG' +7이닝 17차례…마법의 토종 에이스, '천적' 넘어 벼랑 끝 KT 살렸다 "놀라운 경수형, 리버스 스윕 향해 간다"[창원히어로]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11-02 21:09 | 최종수정 2023-11-03 08:31


'페디 빼면 No.1 GG' +7이닝 17차례…마법의 토종 에이스, '천…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PO3차전 KT와 NC의 경기, 6회말 2사 1루 KT 고영표가 NC 박건우를 삼진처리하며 환호하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1.02/

[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말 그대로 벼랑 끝이었다. 두 외인이 속절 없이 무너지며 비교우위였던 선발 싸움에서 밀린 결과다.

하지만 KT 위즈에는 '마법사' 고영표가 있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NC 다이노스의 불 방망이를 차갑게 식히면서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KT는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대0으로 승리, 승부를 4차전으로 넘겼다.

시리즈 전적 0승2패, 여유 있게 기다린 3위 KT가 오히려 절박해진 상황. 반면 NC는 와일드카드전과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플레이오프까지 6전 전승으로 거침없이 내달렸다.

고영표의 마법이 그 강력한 기세를 억눌렀다. 고영표는 이날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NC 타선을 3안타 2볼넷 무득점으로 꽁꽁 묶으며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올시즌 12승(7패)의 승수는 다소 아쉽지만, 2점대(2.78) 평균자책점은 토종 투수중엔 안우진(키움, 2.39)과 더불어 단 2명 뿐이다. 외국인 투수를 모두 합쳐도 전체 6위. 올해 퀄리티스타트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만 17번으로 리그 전체 1위(2위 뷰캐넌 12번)다. 선발등판시 평균이닝(6.44)도 1위일 만큼 독보적인 안정감을 뽐냈다.

174⅔이닝(전체 8위)을 소화하며 단 19개의 볼넷만 허용했다. KBO리그 역대 단일시즌 1위의 9이닝당 볼넷(0.98) 기록이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 6.14로 에릭 페디(NC, 7.28)에 이어 투수 부문 리그 전체 2위였다.

한마디로 페디만 아니었어도 투수 골든글러브를 노려볼 만한 시즌이었다. 그 위력이 고스란히 발휘된 하루였다.


'페디 빼면 No.1 GG' +7이닝 17차례…마법의 토종 에이스, '천…
11월 2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와 KT의 PO 3차전. 5회를 무실점으로 마친 KT 선발 고영표가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창원=송정헌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3.11.02/

강인권 NC 감독은 '필승' 라인업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갔다. 다만 잔부상에 감기몸살이 겹친 박건우를 지명타자로 돌리고, 손아섭을 우익수로 기용했다. 손아섭 박민우 마틴 오영수 김주원(스위치)까지 베스트 기용에도 좌타자가 5명이다.

NC 선발 태너도 그간의 포스트시즌 부진을 씻고 6이닝 2실점으로 역투했다. 2회 배정대에게 허용한 투런포를 제외하면 뛰어난 투구였다.

고영표는 올시즌 박민우(13타수 9안타) 박건우(13타수 8안타) 권희동(8타수 3안타) 손아섭(11타수 4안타) 마틴(9타수 3안타) 등 NC의 주요 타자들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고영표가 짊어진 에이스의 책임감은 그를 완전히 다른 투수로 만들었다. 시즌 볼넷이 단 19개인 그답지 않게 볼넷을 2개 허용했다. 그만큼 타자들을 까다롭게 상대했다. 하지만 안타를 단 3개로 억제했다.

고영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팀이 어려운 상황이고 시즌처럼 쉽게 쉽게 들어가다가 맞을 수 있는 상황을 의식했다. 최대한 타자 약점을 공략하려다 보니 볼이 많아졌다. 지금 NC 타선이 뜨거운 상태기 때문에 그렇게 유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의도된 어려운 승부였음을 시인했다.

1회 손아섭 박민우를 연속 삼진 처리하는 등 3자범퇴로 깔끔한 출발을 보였다. 2회 권희동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후속타를 잘 끊었다.


'페디 빼면 No.1 GG' +7이닝 17차례…마법의 토종 에이스, '천…
11월 2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와 KT의 PO 3차전. 힘차게 투구하고 있는 KT 선발 고영표. 창원=송정헌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3.11.02/
3회 2사 후 NC 선두타자이자 올해 타격-최다안타 2관왕 손아섭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박민우를 내야땅볼로 유도했다. 4회는 3자범퇴. 5회에는 선두타자 오영수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서호철 김형준(병살타)을 상대로잇달아 내야땅볼을 유도했다.

6회에도 선두타자 김주원에게 빗맞은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손아섭을 다시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장성우가 김주원의 2루 도루를 저지했다. 박민우에겐 볼넷을 내줬지만, 박건우를 다시 삼진처리하며 2-0으로 앞선 6회까지 무실점으로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베테랑 2루수 박경수는 고영표가 내려간 직후인 7회말 선두 타자 마틴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는 호수비로 고영표와 팀의 승리를 지켰다. 2021년 창단 첫 우승 당시 MVP를 받게 한 바로 그 슈퍼캐치였다.

고영표는 "경수 형이 캡틴이자 리더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나이에도 그런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데 감사했다. 큰 경기에서 그런 집중력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정말 대단하다. 그런 호수비가 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이런 집중력을 선수들도 느낄 것이다. 내일부터 승리할 확률이 더 올라간다고 느껴진 경기였다"고 리버스 스윕을 확신했다.

명실공히 최고의 에이스임을 재확인한 국가대표 특급 사이드암스로의 완벽한 하루였다.


창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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