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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부산의 심장'은 은퇴 후에도 여전했다. '아픈 손가락'으로 남은 후배를 살뜰히 챙긴다.
하지만 '포스트 이대호'는 이대호의 은퇴와 함께 무너져내렸다. '우산 효과'가 사라져서일까. 올시즌 성적은 타율 2할2푼3리 5홈런 32타점, OPS 0.583에 불과하다. 긴 부진의 터널에서 결국 빠져나오지 못했다.
롯데 구단 관계자도 "사람이 너무 착해서 그런가, 좀처럼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쉴 만큼 암담한 한 해였다. 롯데는 전준우-안치홍 두 베테랑에 의존하며 힘겹게 시즌을 마무리지었지만, 6시즌 연속 가을야구 좌절을 겪었다. 한동희 또한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서의 약점까지 도드라지며 시즌 막판에는 선발에서도 제외됐다. 오는 11월 제대하는 나승엽과 주전 경쟁을 벌여야하는 처지다.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김태형 신임 롯데 감독의 말처럼 "설마 올해보다 못하랴, 내년엔 무조건 나아진다"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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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는 "감독님께서 볼을 만지셔서 깜짝 놀랐다. 더 잘하라고 하는 의미"라며 씨익 웃었다.
이어 "감독님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항상 더 잘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해왔다. 또하나의 기회가 아닐까"라며 "남을 이기려면 나 자신부터 강해져야한다는 말씀이 인상깊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 외에도 손을 내민 사람은 또 있다. 대선배 이대호와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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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한편 야구 유튜버로도 활동중인 강정호는 "누가 한동희와 나를 연결 좀 해달라. 내년 시즌 잘 됐으면 하는 마ㅡㅁ이다. 한동희가 미국에 오면 지도해보고 싶다"라는 뜻을 밝혔다. 이미 지난해 커리어로우를 기록한 손아섭을 올해 생애 첫 타격왕, 3번째 최다안타왕으로 부활시킨 주인공이다. 손아섭은 올겨울에도 팀 후배 김주원과 함께 방문할 뜻을 밝힌 바 있다.
한동희의 선택은 이대호였다. 한동희는 "아직 결정된 건 아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직인데, 함께 해야 한다면 역시 (이)대호 선배님"이라고 했다. 이어 "전화를 먼저 주셨다. 올 겨울에 같이 운동하자, 시간되면 해외에서도 한 달간 나가서 같이 하자고 하셨다. 정 안되면 부산에서라도 하기로 했다. 대호 선배님이 항상 잘 챙겨주셨는데, 선배님이 은퇴하시고 더 잘했어야 했는데"라며 절절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젠 야구인 아닌 예능인 겸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이대호다. 한동희도 "사실 이제 방송인이신데"라며 웃은 뒤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저에 대해서 잘 아시고 스타일도 비슷하다. 현역 때도 많이 가르쳐주셨다"며 올겨울을 고대했다.
올시즌을 잠시 돌아본 한동희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너무 착해서 안으로 삭히기만 한다. 좀 터뜨렸으면 좋겠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난 반대로 생각하다. 터뜨리면 팀에 피해가 가지 않나. 내가 삭히고, 다른 방향으로 푸는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 이제 올해보다는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마인드 컨트롤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내년에는 슬럼프를 빨리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