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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본의 아니게 백업에게 경험을 많이 시켰네요."
6월로 들어서자 KT는 본격적으로 힘을 내고 있다. 2021년 '통합우승'을 달성한 전력이 다시 한 번 이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KT의 전력은 100%가 아니다. 그러나 '잇몸'이 더욱 단단해졌다.
부상으로 빠진 자리는 젊은 피가 채웠다. 정준영 손동현 이상동 전용주 등은 어느덧 백업을 넘어 주전으로 내세워도 손색없는 기량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초반 부상 행진에 흔들렸지만, KT로서는 그동안 기회를 주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오히려 10년 미래를 밝힐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 감독은 "백업으로서 기회도 많이 못 받았는데 본의 아니게 나갈 수 밖에 없다"라며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상대하고 프로 투수도 많이 만나봤다. 경기할 때 여유있게 하는 거 같다. 본의 아니게 백업을 경험시켰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순간. KT로서는 '3박자'의 합이 완벽하게 맞았다. 프런트와 1,2군이 요소요소에서 제 역할을 했다.
올 시즌 KT는 FA로 김상수를 영입했다. 주전 유격수 심우준의 입대로 공백이 생겼고, 경험 많은 김상수가 제격이라는 판단이었다. 김상수 영입은 '신의 한수'가 됐다. 내야 전반의 안정은 물론 상위타선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김상수는 59경기에서 타율 3할3리로 맹활약하고 있다. 또한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호연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3할6푼7리를 기록하면서 '차세데 2루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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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의 힘 또한 빛났다. KIA 타이거즈 우승을 이끌었던 김기태 감독을 퓨처스 사령탑으로 선임하면서 장기 육성은 물론 선수들에게 '이기는 법'이 심어지기 시작했다. 김 감독의 리더십은 젊은 선수를 하나로 묶는데 탁월했다. 자칫 무기력할 수 있는 퓨처스에 근성이 채워졌다. 대표적인 예가 안치영. 안치영은 16경기에서 타율 2할6푼3리를 기록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매순간 전력 질주를 하며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팀에 활력을 넣고 있다.
이 감독은 잘 만들어진 재료를 가지고 팀을 꾸려갔다. 게속된 부상에 답이 나오지 않은 상황도 있었지만, 채찍과 당근을 주며 팀이 무너지지 않도록 했다. 지난 3일에는 엔트리를 대폭 변화해 충격 요법을 주면서 분위기 반등을 꾀했다. 6월 KT는 21일까지 12승5패로 2위 성적을 내고 있다.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감독으로서의 '조급함'도 버렸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마치면 KT와의 계약이 끝난다. 이 감독으로서는 재계약을 위해 당장의 성적을 내야 하는 입장이다. 무리하게 선수를 기용할 수 있지만, 이 감독은 단계별 승리 플랜을 구상해 쌓아갔다. 이 감독은 "한 번에 승패 차이를 열 몇 개씩 지우려는 것이 아닌 한 달에 적으면 3개, 많으면 5개를 줄이려고 한다. 그래야 선수도 부담은 안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차근차근 승패 마진을 줄여간다는 계획이었다.
최근 10경기에서 KT는 8승1무1패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아직 8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5위 두산과는 3경기 차로 좁혀졌다. 가을야구 경쟁권으로 들어간 것도 의미가 있지만, KT로서는 4~5월의 고비는 10년 미래를 밝힌 값진 시간으로 남게 됐다.
수원=이종서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