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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일본 프로야구(NPB) 정규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를 들여다 봤다.
나머지 11명은 모두 일본인 투수다. NPB에서 외국인 선수, 특히 투수의 존재감은 매우 미미하다. 지난해 투수 주요 타이틀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서 외국인 투수가 1위에 오른 부문은 양 리그를 통틀어 하나도 없다. 외국인 투수가 간혹 1위에 오른 시즌도 있지만, 주류는 일본 내국인 투수다. 각 팀의 에이스 자리를 하나같이 토종 투수들이 장악하고 있다.
NPB는 출범 초창기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를 뒀지만, 타자 쪽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는 흔해도 투수 부문서 리그를 호령한 적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외국인 선수, 특히 투수를 조연 또는 도우미 정도로 인식하는 전통적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육성 선수를 포함해 외국인 선수 무제한 보유, 1군 4명 출전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자국내 투수들을 보호하고 육성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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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막전 토종 선발투수 숫자를 보면 2010년부터 2, 3, 4, 2, 4, 1, 4, 0, 1, 2, 3, 2, 3, 2명이다. 2017년에는 10팀 모두 외인투수를 개막전 선발로 내세웠다. 각 구단이 외국인 투수들로 원투 펀치를 구성한 건 10년도 넘었다. 2010년 이후 에이스라 부를 만한 토종 투수는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양현종 윤성환 차우찬 정도다. 지난해 리그를 정복한 안우진이 이제 그 계보를 잇고 있다.
9구단 NC의 경우 올해까지 1군 참가 11년 동안 토종 투수가 개막전에 나선 건 2014년 이재학 한 명 뿐이다. 제10구단 KT도 2015년 1군 참가 이후 2021년 소형준이 개막전 선발로 나선 게 유일하다. 두 투수 모두 실질적 1선발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 당시 외국인 투수들의 컨디션 문제 등이 겹쳐 대신 등판한 케이스다.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 1998년 이후 그 보유 한도는 조금씩 변화를 거쳤다. 초창기 '2명 보유-2명 출전'이던 이 제도는 2001~2002년 잠시 '3명 보유-2명 출전'으로 확대했다가, 2003년 다시 2명 보유로 환원됐다. 각 구단이 투수 보강에 집중한 나머지 2012년, 2013년에는 모든 구단이 2명을 모두 투수로 영입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는 다시 3명 보유-2명 출전으로 확대했고, 2019년부터는 아예 3명 모두 출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외국인 보유 및 출전 한도가 늘어나면 당연히 국내 선수들의 입지는 좁아진다. 선발 5자리 중 2자리를 외국인 투수들이 차지하니 국내 투수들의 선발등판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시즌 144번의 선발등판 기회 중 외인 투수들이 60경기 정도 가져가고, 나머지 84경기를 국내 투수들이 나눠 갖는 방식이니 어린 투수들이 비집고 들어갈 기회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2명 보유 시기에는 그래도 야수를 뽑는 구단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선발투수 2명은 외국인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게 구단들의 생각이다. 서로 눈치를 보고 경쟁적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니 강한 용병 투수를 데려와야 한다. 어린 투수가 성장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것이다. 아니 성적 지상주의에서 그런 유망주들에게 다양하게 기회를 주는 건 사치라고 봐야 한다.
WBC 4강과 준우승을 이룬 2006년과 2009년, 그 시기에 외국인 선수를 어떻게 썼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투수와 거포가 있었고, 토종 에이스와 거포도 공존했다. 외인 투수 의존도가 높아진 2012년 이후 토종 투수들의 성장 기회는 크게 가로막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