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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이런 일이 있었는 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공식적으로 들어본 바는 없다.
지난 겨울 FA 포수 박동원이 원소속팀 KIA의 장정석 단장과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받았다는 것이다. 협상 분위기 상 농담으로 건넨 말일 수도 있지만, 한 번이 아니라는 점에서 해당 선수가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KIA 구단 및 프로야구선수협회에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 녹취록을 들은 선수협은 "농담 수준이 아니다"고 했다.
1982년 태동한 KBO리그 역사상 사장, 단장이 선수와 계약 협상을 하면서 일종의 커미션을 요구했다는 KBO의 기록이나 보도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147년 역사의 메이저리그 역사를 들여다 보면 승부 조작, 담합, 가정 폭력, 성폭력 및 성희롱, 불법 도박, 음주 운전 등 크고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구단 수뇌부가 선수에게 계약을 미끼로 커미션을 요구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191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벌인 승부 조작 사건인 '블랙삭스 스캔들', 최다안타왕 피트 로즈가 1988년 신시내티 레즈 감독 시절 저지른 도박 및 승부 조작 사건이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흑역사'로 기록돼 있다.
스테로이드 스캔들은 2005년 반도핑 규정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끊이질 않고 있고, 가정 폭력과 음주 운전과 같은 개인 비위도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한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성폭력 혐의로 메이저리그에서 쫓겨난 트레버 바우어 사건도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구단주, 사장, 단장, 또는 감독이 선수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돈을 받았다는 뉴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 만약 이번 장 전 단장 사건이 미국 언론에 알려진다면 '해외 토픽'으로 다룰 지도 모를 일이다. 수치스러운 일이다.
KBO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신 뒤 머리를 숙이고 중장기 전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최근 롯데 자이언츠 투수 서준원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또 드러나고 말았다.
모두 기본을 망각한 일들이다. WBC 참사는 야구 실력에서 기본기 부족, 서준원 사건은 기본적인 윤리 의식 망각, 장 전 단장 사태는 기본적인 직업 의식 부재에서 비롯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